모터쇼 언론 공개 행사일 맞춰 '맞불 전략'
프랑스 파리 EQE SUV 전시장 가보니
2022 파리모터쇼 언론 공개 행사가 열린 17일(현지시간) 오후, 파리모터쇼 취재진 중 상당수가 시간을 쪼개 지하철로 30분 거리에 있는 로댕박물관으로 향했다. 파리모터쇼 불참을 선언한 메르세데스 벤츠의 파격적 신차 공개 행사 취재를 위해서다. 파리모터쇼 참가 업체들 보란 듯 언론 공개 행사일에 맞춰 전시장 밖 명소를 통째로 빌려 초대형 이벤트를 마련한 '맞불 전략'이 어느 정도 통한 것이다.
현장은 신차 발표회장이라기보다, 프랑스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의 작품들과 함께 또 다른 조각들이 어우러진 듯한 하나의 거대한 전시회장이었다.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자 로댕의 대표작 '생각하는 사람' 앞에 시승용 벤츠 신차들이 줄지어 있었고, 정원에 들어서니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EQS를 시작으로 미래 모델을 엿볼 수 있는 EQG 콘셉트카 등이 전시됐는데, 비에 젖은 폭신한 잔디를 밟으며 감상하는 맛이 새로웠다.
"사람 만나고, 융화하는 공간에서 전시"
이번 행사를 기획한 베티나 페처 메르세데스 벤츠 커뮤니케이션·마케팅 총괄은 "창조적 개척자들의 허브인 파리의 전시관은 많은 사람들이 만나고, 융화하고, 소통하는 공간"이라며 "우리는 브랜드에 감성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누구도 예상 못 한 가치 경험을 만들고 있다"며 전시 장소로 로댕박물관을 택한 배경을 전했다.
그의 얘기처럼 이번 행사에서는 신차 소개 기능을 넘어 벤츠의 철학도 예술적으로 녹여낸 모습이다. 벤츠의 미래 기술을 소개하기 위해 정원 끝 분수 위에 차려놓은 '마법의 차고'는 상징적 공간이었다. 가로·세로·높이 6m 규모의 '설치미술' 공간에 들어서자 몰입감 넘치는 5분 분량의 360도 영상을 통해 벤츠의 자율주행 기술인 '드라이브 파일럿'과 로보틱스, 커넥티비티 등 미래에 상용화될 기술을 미리 접할 수 있었다.
"파리올림픽처럼…" 모터쇼 패러다임 변화 시각도
이 같은 벤츠의 움직임을 모터쇼 패러다임의 변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2024년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경기장을 새로 짓는 대신, 콩코르드 광장이나 에펠탑, 개선문 인근 등 도심 곳곳의 명소에서 대회를 치르기로 한 것과 마찬가지로 벤츠의 이번 '마법의 차고' 실험은 차량 콘셉트와 브랜드 철학을 고려해 '전시관 밖 모터쇼'를 얼마든지 펼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점에 주목한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모터쇼가 반드시 정해진 공간에서 획일적으로 치러질 필요는 없다는 점을 보여준 행사"라고 했다. 파리모터쇼와 마찬가지로 주요 완성차 기업이 대거 불참해 흥행 참패란 평가를 받았던 부산모터쇼 역시 행사장(벡스코)을 벗어나 해운대나 광안리를 택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는 얘기다.
'조각 같네…' 벤츠 첫 순수 전기 SUV 최초 공개
이곳에서 공개된 신차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박물관으로 쓰이는 '비론 저택'에서 정원으로 향하는 길목에 전시된 벤츠의 첫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더 뉴 EQE SUV'와 고성능 모델인 '더 뉴 메르세데스-AMG EQE SUV'는 단연 이번 전시의 주인공이다. E클래스급 전기 SUV로 볼 수 있는 이들은 공기역학적 디자인과 실용성 높은 실내 공간, 최신 편의 장비를 갖췄다.
EQE SUV는 차량 기능과 미학적 요소를 함께 고려했다는 게 벤츠 측 설명이다. 외관은 기존 EQ 패밀리 룩을 적용해 공기역학 효율을 높였고, 옅은 갈색 톤으로 고급스러움을 더한 내부엔 전면 디지털화한 디스플레이와 계기판이 적용됐다. 5인승 모델 1열과 2열 시트 헤드룸은 모두 1,000㎜ 이상의 공간을 확보, 동급 최고 수준의 여유로운 공간을 보여준다. 트렁크는 520리터(L)의 기본 용량에 2열을 접었을 때는 최대 1,675L의 적재 공간을 갖췄다.
고성능 모델인 AMG EQE SUV의 디자인적 특징들도 눈에 띄었다. AMG 전용 EQ 블랙 패널이 쓰였고, AMG 엠블럼이 적용된 보닛 위의 새로운 브랜드 전용 배지 등 AMG만의 특징적 요소들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했다. 벤츠 관계자에 따르면 두 차종은 내년 한국에 선보일 예정으로, 세부 스펙과 가격은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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