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이란으로 출발… 소셜미디어 통해 논란 진화
국제연맹 "테헤란 도착 뒤에도 상황 예의주시할 것"
한국 서울에서 열린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 아시아선수권대회에 히잡을 벗고 출전한 이란 여성 선수 엘나즈 레카비가 일각에서 제기된 ‘실종설’과 ‘강제 송환설’을 직접 부인했다. 경기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것은 “부주의 탓”이라는 해명도 내놨다.
레카비는 18일(현지시간) 개인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국민들께 걱정을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현재 예정된 일정에 따라 팀원들과 함께 귀국길에 올랐다”고 말했다.
레카비는 16일 열린 결승전에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출전해 화제를 모았다. 이란 여성 선수들은 국제대회에 나가서도 히잡을 써야 한다. 이를 두고 레카비가 현재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히잡 시위’에 연대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란 독립 언론 ‘이란와이어’는 소식통을 인용해 “레카비가 한 달 전 히잡을 벗고 경기에 나서기로 결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더구나 레카비는 경기 직후 연락이 두절돼 실종설까지 불거졌다. 외신들은 레카비가 주한 이란 대사관에 불려가 여권과 휴대전화를 압수당했다고 전했다. BBC페르시안은 “레카비가 귀국하면 테헤란 에빈교도소에 수감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에빈교도소는 정치범들이 수감된 곳으로, 이번 히잡 시위로 체포된 사람들도 다수 구금돼 있다.
그러나 레카비는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것은 의도적 행동이 아니었다며 논란을 진화했다. “경기 순서가 됐다는 갑작스러운 호출을 받은 상황에서 부주의로 히잡이 벗겨졌다”며 “그저 타이밍이 좋지 않았을 뿐”이라는 얘기였다. 레카비의 가족도 레카비가 귀국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사건 경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계획이라며 “레카비는 앞으로도 이란 대표팀 선수로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카비와 가족들이 자의로 해명에 나선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은 이날 성명에서 “레카비, 이란 대표팀 등과 접촉하면서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에겐 선수들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며 “레카비가 테헤란에 도착한 후에도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선수의 권리, 선수의 선택, 언론의 자유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이란 전역에서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 사건’ 이후 신정 체제를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는 경찰의 폭력 진압에 현재까지 215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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