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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음은 자연선택에 따라 진화했다

입력
2022.10.21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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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데닛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

대니얼 데닛 교수. 바다출판사 제공

대니얼 데닛 교수. 바다출판사 제공

마음은 어떻게 존재하게 됐을까.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는 마음이 물리 법칙을 따르지 않는 영적인 ‘제2의 물질’로 구성된다고 여겼다. DNA를 발견한 영국 생물학자 프랜시스 크릭은 마음이란 그저 뇌의 작용에 따라 일어나는 현상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인지과학자인 대니얼 데닛 터프츠대 교수의 생각은 후자에 가깝다.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에서 그는 인간의 마음과 문화는 자연선택이라는 다윈주의적 과정을 거쳐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문화 역시 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의 산물이고, 진화에 속력을 더한 게 최고의 밈(문화유전자)인 언어였다고 부연하기도 한다. 언어를 비롯한 다양한 생각 도구 덕에 이처럼 마음에 대해 묻고 답할 수 있는 존재가 됐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데닛 교수는 심신이원론과 신비주의 대신 과학적·유물론적 접근을 제안한다. 저자는 박테리아에서 시작한 인류의 진화 과정을 좇으면서 인간의 마음과 문화도 육체처럼 자연선택에 따라 진화했다는 주장을 펼친다. 유전적 진화를 탐구하기 위해 ‘유전자의 눈’ 관점으로 보듯, 문화적 진화를 파악하려면 ‘밈의 눈’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대니얼 데닛 지음·신광복 옮김·바다출판사 발행·686쪽·4만8,000원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대니얼 데닛 지음·신광복 옮김·바다출판사 발행·686쪽·4만8,000원

저자에 따르면 인간의 기본적인 언어 습득 능력은 언어 밈과 결합해 의식과 문화를 낳았다. 뇌는 밈을 다루고 보호하고 번식을 돕도록 선택됐다. 저자는 마음의 바이러스인 밈은 인간 특유의 이해력을 추동하는 진화적 복제자이며, 인류가 문화를 축적할 수 있었던 핵심 도구는 언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언어의 진화를 탐구하는 것이야말로 문화적 진화, 그리고 언어가 우리 마음이 형성되는 데 수행한 역할을 파악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저자는 우리 두뇌가 만들어 내는 소산물, 그 소산물이 만들어 내는 소산물이 어떤 시대를 열어 보일지도 논의한다. 인간의 뇌가 만든 인공지능(AI)이 인간을 지배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인류의 미래가 과거 궤적의 연장선상에 있다면, 인공지능은 지금처럼 우리에게 계속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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