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다음 날, 일부 라인 재가동 시민들 공분
"노동자 최소한 배려해야"... 윤 대통령 비판
전국 각지에서 "SPC 제품 불매" 1인 시위도
“빵보다 사람이 먼저다.” “노동자의 인권이 보장되는 세상을 원합니다.”
20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그룹 본사 앞. 닷새 전인 15일 새벽 경기 평택시 SPC 계열 제빵공장에서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 A(23)씨를 기리는 ‘추모의 벽’이 만들어졌다. 70여 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공동행동)’이 시민들이 추모 메시지를 작성할 수 있도록 플라스틱 패널을 세워놓은 것이다. 바로 옆에는 헌화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패널은 금세 추모 메시지로 채워졌다. 유족을 위로하는 글을 남긴 대학생 이상아(21)씨는 “직장에서 일하다 본인도 모르게 사고를 당했을 걸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가맹점 사장님들께는 죄송하지만 앞으로 SPC 빵을 편하게 사 먹기가 꺼려질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사고가 난 공장이 비극적 사건 바로 다음 날 사고 기계를 흰색 천으로 덮은 채 일부 라인을 가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은 분노했다. 권영국 공동행동 상임대표는 “사고 현장을 가보니 ‘피 묻은 빵’이 과장된 얘기가 아니었다. 진짜 핏자국이 남아 있었고 노동자들은 바로 옆에서 계속 샌드위치를 만들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성공회대 노동자 학생 연대모임 ‘가시’는 이날 SPC그룹 본사 앞 표지석에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적힌 대자보를 붙였다. 가시 소속 대학생 최다한(20)씨는 “아르바이트 학생 노동자에게 ‘너는 알바니까 병원에 데려갈 의무가 없다’고 말하던 고용주가 떠올라 연대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사고원인 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천을 둘러놓고 기계를 가동해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면서 “법이란 것도 좋지만 사업주가 노동자를 인간적으로 살피는 최소한의 배려는 하면서 사회가 굴러가야 한다”고 공장 측 행태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날 전국 여러 곳에서는 SPC 제품 불매를 요구하는 ‘1인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이날 이번 사고가 발생한 SPC 계열사 SPL 제빵공장 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에 나섰다. 고용부 경기지청은 일단 혼합기 끼임 방호장치 등 기본적 안전 조치가 구비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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