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마지막날인 22일 공식화될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은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변수다. 시 주석은 '국부' 마오쩌둥을 제외하면 중국에서 처음으로 15년 이상 통치하는 종신권력의 반열에 오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더불어 사실상 임기가 무의미한 또 다른 스트롱맨의 등장이다.
전문가들은 시 주석의 장기집권으로 미중 간 경쟁이 격화하면서 한국이 맞닥뜨린 위험요인이 훨씬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북한이 더욱 중국과 밀착해 동북아 불안을 조장하며 △날로 기승을 부리는 중국의 대만 무력통일 시도에 주한미군을 투입하는 위기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①대외의존도 높은 한국 경제, 불확실성 가중
경제 분야에서 미중 갈등이 고조될수록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은 커지기 마련이다. 양국의 대립이 ‘제로섬 게임’ 양상을 보이면서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사례가 빈번해지는 것이다.
미국은 자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대화 ‘칩4’(한국·미국·일본·대만)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처럼 중국을 옭아매는 협의체에 한국의 적극적 참여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중국은 한국을 압박해 불참을 유도하며 맞설 공산이 크다.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과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때처럼 중국이 경제 보복에 나설 우려도 적지 않다.
한국은행은 최근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전망 및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서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비관세 장벽으로 대중 제재를 확대하는 가운데 보수주의 성향이 강화된 중국 지도부가 희토류 수출 금지 등 전면 제재로 맞대응하며 갈등이 격화할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이에 따른 중국의 성장률 둔화와 반도체·배터리 부문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우리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20일 “시진핑 1인 체제를 굳건히 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은 더더욱 자국 우선주의, 지역블록화로 돌아설 텐데 이는 수출형 개방경제를 취하는 우리 경제에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②‘김정은 1인 체제’ 공고화
시 주석의 3연임은 북핵 문제 해결에도 상당한 악재다. 시 주석이 중국의 ‘10년 임기 관례’를 깨고 집단지도체제에서 마오쩌둥식 1인 영도체제로 회귀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1인 집권체제를 가속화할 명분을 얻었다.
더구나 김 위원장은 핵 도발에 대한 자신감을 높이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향한 핵 공격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현재 임박한 7차 핵실험을 강행해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면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는 불가능하다. 2017년 9월 6차 핵실험 직후 중국, 러시아가 제재에 동참할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이처럼 북한이 전통 우방국인 중국·러시아와 갈수록 밀착하면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3각 대립구도가 더 선명해졌다. 동북아에 신냉전 구도가 선명해지는 것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당대회를 앞둔 10월에만 북중 간에 축전이 3차례 오갔는데 ‘국제 정세 변화 속에서도 서로 전략적으로 협력하자’는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③대만 무력통일 시도 땐 주한미군 공백 우려
시 주석은 16일 당대회 개막연설에서 "대만 통일을 위해 무력사용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마오쩌둥에 필적할 만한 업적으로 ‘대만 통일’을 내건 것이다. 시 주석이 인민해방군 창건 100주년인 2027년까지 대만 침공 준비를 마치도록 군 당국에 지시했다는 내용도 공공연하게 퍼져 있다.
중국이 실제 대만을 침공하면 주한미군은 주일미군과 함께 '화약고' 대만에 투입될 수 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최근 “중국의 대만 침공 때 주한미군 투입이 가능하다”며 여지를 남겼다. 이럴 경우 한국은 사실상 후방기지 역할을 맡아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전장에 연루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대북 대비태세 공백도 우려된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주한미군을 대만에 투입하게 되면 북한에 (도발을) 오판할 빌미를 줄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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