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프리즘] 김희진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
‘디지털 치매’란 엄격한 의미에서는 매스컴에서 시작된 잘못된 어휘 선정이 아닐까 싶다. 의학적으로는 치매와 기억력장애는 다른 의미로 사용하고 있으며 그 정의도 다르다.
치매는 복합적인 증상을 포함하므로 후천적으로 나타나며, 기억력장애가 기본적으로 동반된다. 이 밖에 다양한 인지기능장애 및 행동정신장애를 동반하며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디지털 기계를 많이 쓰면서 생기는 기억력장애는 진정한 의미의 치매라기보다는 치매의 전구 형태라고 할 수 있는 기억력장애라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한 상태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디지털 치매’라는 표현보다 ‘디지털 중독성 기억력장애’라고 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이라 생각한다.
디지털 치매는 무엇 때문에 생기는 것일까? 문명 발달은 인간의 생활양식과 사회 모든 면에서 많은 변화와 발전을 가져온 반면 악영향도 주었다. 바쁘게 다닌다는 이유로 인스턴트 식품을 개발하였고, 직접 신체를 움직이며 걷고 뛰는 것보다는 가까운 거리라도 자동차를 이용하는 생활을 한다.
섭취량보다는 소모량이 없어 비만ㆍ당뇨병ㆍ심장병을 포함한 성인병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정신적으로는 디지털 기기 발달로 인해 인지 기능과 기억력을 사용하지 않게 돼 녹슬게 되고, 스마트폰과 기계에 점점 의존하다 보니 기억에 대한 습관과 기억하기 위한 대뇌 활동이 의미가 없어지면서 기억력장애가 습관적으로 나타난다.
최근에는 성인은 물론 소아청소년에서도 나타난다. 어린이들은 20세까지 뇌가 계속 성장하므로 디지털 기기에 너무 일찍 노출되면 신경 경로 형성에 악영향을 주게 돼 ‘디지털 중독성 기억장애’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
디지털 기기에 중독돼 뇌의 기억회로를 작동할 필요가 없게 되면 뇌는 더 이상 기억을 위한 반복 작용과 기억을 위한 뇌 활성이 없어지게 돼 결국 기억장애가 생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즉 자극에 대한 반응이 있어야 정상적인 활성이 일어나게 되는데 기억을 위한 자극이 단순화되면 반응도 단순화되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치매는 뇌세포가 완전히 파괴돼 회복 불가능하지만, 디지털 중독에 의한 뇌기능 저하 상태인 디지털 치매는 기억 운동과 훈련에 의해 다시 뇌의 활동을 활성화시키면 뇌는 가소성(유연성)이 있기에 다행히 회복이 가능하다.
친한 친구의 전화번호가 기억나지 않는다.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길을 찾아가기가 힘들다. 전날 먹은 식사의 메뉴가 기억나지 않는다. 친구와 대화 중 85%를 이메일 혹은 메신저로 한다. 같은 얘기를 한다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생일이나 기념일들을 잘 잊어먹는다. 웹사이트의 ID나 비밀번호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이 중 3~4가지 이상의 증상이 있다면 디지털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 다음과 같은 적극적인 생활 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잠시 스마트 기기를 끄고 운동을 한다거나 야외 활동 시간을 늘려나가 보자. 체조보다 묵상과 육체적인 운동을 같이 병행할 수 있는 요가 등이 좋다. 이때는 인생의 의미와 계획을 세우면서 묵상을 한다면 더 도움될 수 있다. 신앙이 있는 사람이라면 경건한 기도 혹은 일기쓰기 등도 추천한다.
평소 일을 할 때는 멀티태스킹을 피하고, 한 번에 한 가지씩 일을 하는 습관을 갖자. 잠자기 두 시간 전에는 모든 전자 기기는 반드시 끄고, 충분히 수면하는 습관을 갖도록 하자.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하니 잘 실천해보는 것이 권유한다.
디지털 치매는 육체적인 문제가 아니므로 특별히 음식을 조절할 필요는 없지만 비타민 C가 많은 채소나 과일 등 항산화성 음식이 좋다. 이런 좋은 습관을 생활화한다면 디지털 치매를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