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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가는 허리 여성' 챌린지... 괴이한 유행

입력
2022.10.23 14:00
수정
2022.10.23 18:4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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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감고 물 마시기, 종이로 허리 가리기...
'여성의 외모'에 대한 그릇된 인식 주입

중국의 한 남성이 여성의 허리에 팔을 감은 채 물을 마시고 있다. 최근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하는 이른바 '허리 감고 물 마시기 챌린지'로 '여성의 허리는 얇아야 한다'는 잘못된 관념을 주입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바이두 캡처

중국의 한 남성이 여성의 허리에 팔을 감은 채 물을 마시고 있다. 최근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하는 이른바 '허리 감고 물 마시기 챌린지'로 '여성의 허리는 얇아야 한다'는 잘못된 관념을 주입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바이두 캡처

중국 여성들 사이에서 자신의 '가는 허리'를 증명하기 위한 다양한 챌린지(challenge·도전)들이 유행을 거듭하고 있다. 건강미를 뽐내기 위한 젊은이들 특유의 유희일 수도 있지만 "여성은 날씬하고 예뻐야 한다"는 그릇된 사회적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최근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에는 '허리 감싸고 물 마시기 도전(搂腰喝水挑战)'이라는 제목의 수천 건의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내용은 간단하다. 물이 가득 담긴 컵을 쥔 남성이 여성의 허리를 자신의 팔로 감싼 상태에서 컵에 담긴 물을 들이켜는 것이다. 쏟지 않고 물을 마시는 데 성공하면, 여성의 허리가 그만큼 가늘다는 게 증명된다. 반대로 물을 쏟으면, 쏟은 남성보다 여성이 되레 민망스러운 웃음을 짓는다. 얇은 허리를 갖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묻어난다.

얼마 전까지는 'A4 허리 인증샷 챌린지'가 큰 인기를 끌었다. 폭 21㎝의 A4 용지를 여성의 허리에 갖다 대어 허리가 용지에 가려지는지를 보여주는 챌린지다. 성공하면 날씬하고 건강한 신체를 가진 것이고, 그만큼 또래들의 동경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밖에 '아동복 입기 챌린지', '한쪽 팔을 자신의 허리 뒤로 돌려 배꼽을 가리는 '배꼽 허리 챌린지' 등도 중국의 각종 동영상 플랫폼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의 한 여성이 자신의 팔을 뒤로 돌려 자신의 배꼽을 가리는 일명 '배꼽 허리 인증샷'을 찍고 있다. 웨이보 캡처

중국의 한 여성이 자신의 팔을 뒤로 돌려 자신의 배꼽을 가리는 일명 '배꼽 허리 인증샷'을 찍고 있다. 웨이보 캡처

하지만 이런 챌린지들이 인기를 끌수록, 반대편에서는 "예뻐져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비판도 터져 나오고 있다. '징두999'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한 블로거는 "허리 감싸고 물 마시기 챌린지는 '가는 허리를 가진 여성이 연애도 할 수 있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사회적 관념을 주입하고 있다"며 "사람마다 유전자와 체형이 다르다는 사실이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외면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중국에선 "여성 신체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자"는 페미니즘에 기반한 자성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중국 패션 전문 매체인 징데일리는 19일 "웨이보와 샤오홍슈 등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푸메이이(服美役)'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이 신조어가 페미니즘에 대한 논쟁을 촉발시켰다"고 전했다. '예뻐져야 할 의무' 정도로 해석되는 이 단어는 남성들이 요구하는 외모를 가꿔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에 대한 저항 의식을 담고 있다.

21일 현재 샤오홍슈에 푸메이이를 검색하면 124만 건의 게시물이 확인된다. 한쪽에선 '얇은 허리'에 집착하고 있지만 또 다른 한편에선 여성을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에 대한 비판적 시선 또한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징데일리는 "중국에는 여전히 교육 수준과 빈부 차에 따라 '여성성'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이 존재한다"며 "여성은 예뻐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류와 예쁘지 않아도 된다는 양측의 태도는 계속해 충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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