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몬트주 리치먼드 마을 불소 논란
수자원감독관 "불소 적을수록 안전" 주장
1940년대 시작 수돗물 불소화 정책 도마에
미국 북동부 버몬트주(州)의 작은 마을이 수돗물 때문에 발칵 뒤집혔다. 마을 수돗물을 관리하던 사람이 10년간 불소 함유량을 기준치 이하로 낮춰 왔던 일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미국의 ‘충치 예방을 위한 수돗물 불소화 정책’ 논란에 불을 붙였다는 평가다.
22일(현지시간) 미 AP통신, 지역언론 ‘VTDigger’ 등에 따르면 버몬트주 당국은 지난 6월 리치먼드 마을 대표에게 지난 3년간 이 마을 수돗물 불소 농도가 리터당 0.3mg에 불과했다고 통보했다. 이는 버몬트주 보건부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권장한 리터당 0.7mg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였다. 주 보건부 구강보건국은 지난 4월 불소 수치가 낮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리치먼드 수자원감독관 켄들 체임벌린에게 통보했지만 답을 듣지 못하자 두 달 뒤 마을 대표에게 이를 알렸던 것이다.
이후 드러난 전모는 1,000여 명의 마을 주민과 보건 관계자에게 충격을 안겼다. 마을 수돗물 불소 수치가 낮았던 이유는 체임벌린의 조작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작 기간 역시 주 보건당국이 확인한 3년이 아닌 10년이나 됐다는 것이다.
사실이 드러났지만 체임벌린은 사과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열린 마을 상하수도위원회 회의에서 “(불소 함유량이) 적은 것이 더 낫다는 것을 과학이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불소 수치 연구가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주장했다. 또 17일 감독관 자리를 사임하면서도 "불소화 정책이 과학적으로 건전하지 않다"며 “공중 건강에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을 제기한다”라고도 주장했다.
마을 주민들은 체임벌린의 독단적 결정에 분노했다. 리치먼드에 거주하는 앨런 놀스는 불소 수치가 기준에 맞지 않고 마을 승인 없이 개인에 의해 조작됐다는 데 분개했다. 그는 VTDigger에 “상당히 당황했다. 개인적으로 매우 걱정된다”라고 밝혔다. 이 마을의 유일한 치과 의사 하워드 노박 박사도 “식수 속 불소는 미국이 지금까지 내놓은 공중보건 조치 중 가장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며 불소 수돗물을 사용하는 아이들보다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충치 비율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AP는 권장량을 사용할 경우 물속 불소는 충치를 25% 감소시킨다라고 전했다.
수돗물 불소화 정책이 미국에서 시작된 것은 1940년대다. 그러나 연방 규정은 아니고 각 지자체가 선택적으로 수돗물 불소화를 택하고 있다. 미 CDC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미국 인구의 73%, 약 2억 명 이상이 불소화된 수돗물을 이용할 수 있었다. 버몬트주에서도 주민의 56%가 불소화 수돗물을 공급받고 있었다. 로빈 밀러 주 구강보건국장은 “수돗물 불소화는 지역사회에서 충치를 예방하는 정말 중요한 예방 조치”라고 밝혔다. 안전벨트, 에어백 같은 예방 조치가 자동차 사고에서 부상을 줄여주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수돗물 불소화가 1981년부터 진행되다 불소 유해성 논란으로 2018년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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