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0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이 본보 인터뷰를 통해 "김용이 20억 원을 달라고 해서 7억 원 정도, 6억 원 정도 전달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모를 리가 있겠느냐"며 사실상 이 대표를 대선자금 의혹의 한복판으로 소환하면서다. 법원이 22일 새벽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난 대선에서 8억여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하며 유씨 주장에 더욱 힘을 실은 것도 민주당으로선 부담이다.
강경 대응 속 유동규 잇단 발언에 고심 커져
민주당은 겉으로는 '야당 탄압'이라며 강경 대응을 외치고 있지만, 속내는 답답하기만 하다. 검찰 수사를 '조작'이라며 전면 부인하자니 관련자의 결백만을 믿고 대응하는 것에 대한 리스크가 크다. 그렇다고 김 부원장의 혐의 가능성을 열어두자니 이 대표를 정조준하고 있는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를 가속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다.
민주당은 23일에도 윤석열 정부와 검찰 수사에 강경 기조를 이어갔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정권이 경제는 내던지고, 민생은 포기하고, 협치는 걷어차고 오로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죽이기, 민주당 압살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 대표 연루 가능성이 제기된 불법 정치자금 수사에 대해선 "화천대유 비리와 '50억 클럽'으로 시작한 수사는 대장동 특혜 비리로 변질된 데 이어 급기야 얼토당토않은 불법 대선자금 사건으로 둔갑했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김해영, 이 퇴진 요구에 당내 '원보이스' 강조
민주당은 맞대응 카드로 여권에 대장동 특검 제안을 재차 요구하는 한편, 25일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동시에 당내에선 단일대오를 위한 '원보이스'를 강조했다.
전날 "이제 역사의 무대에서 내려와 달라"며 사실상 이 대표 퇴진을 요구한 김해영 전 의원의 발언으로 인해 당이 동요할 가능성을 적극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이날 "김 전 의원이 실체적 진실을 알 만한 위치에 계신 분이 아니다"라며 "자중하라"고 비판한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다.
김용 혐의 둘러싼 당내 지도부 간 온도차도
유 전 본부장이 그러나 "이재명이 명령한 것(죗값)은 이재명이 받아야 한다"며 연일 폭탄발언을 쏟아내면서 당 분위기는 갈수록 뒤숭숭해지고 있다. 특히 이 대표의 최측근 중 한 명인 김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혐의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김 부원장의 혐의와 관련해 "우리로서는 정확히 갖고 있는 정보가 없다"며 "본인이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재판 과정을 통해 확인할 문제"라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불법 정치자금이 대선에 쓰였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금으로선 대선자금이다, 아니다까지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여지를 두었다.
지난 21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김 부원장의 결백을 믿는다" "불법 대선자금은커녕 사탕 한 개도 받은 것이 없다"고 한 이 대표의 발언과는 대조적이다. 이 대표는 이날 두문불출한 채 페이스북에 올린 '대선자금 진실게임 3'이란 글에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를 거론하고 "그들이 과연 원수 같았을 이재명의 대선자금을 줬을까"라고 되물었다. 그러나 자신을 겨냥한 유 전 본부장의 잇단 주장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일단 이 대표와 김 부원장의 말을 믿어야겠지만, 나중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 당이 통째로 신뢰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로 김 부원장의 혐의 가능성에 무게를 둔 가운데 당이 김 부원장의 결백만 주장하는 것에 대한 리스크가 크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김 부원장의 혐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도 현실적 대안은 아니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이 대표를 향한 대선자금 수사를 합리화하는 것은 물론, 이 대표가 최측근 인사의 비리를 막지 못한 모습이 돼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한 탓이다. 한 재선 의원은 "이 또한 당사 압수수색 저지 등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이 오판임을 인정하는 꼴"이라고 했다.
대장동 특검 불발 시 장외투쟁 이어지나
이러한 딜레마 속에 대장동 특검 추진은 민주당이 활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카드로 꼽힌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특검을 받고 민생 협치에 나서는 것이 집권 여당의 책무”라며 국민의힘을 재차 압박했다. 그러나 특검 실현 전망은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민주당의 특검 요구에 "여야가 합의할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이 의석 수를 앞세워 단독 처리한다고 해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특검 법안이 무산될 경우엔 민주당은 최후의 수단으로 장외투쟁에 나설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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