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발(發) 금융시장 경색을 두고 김진태 강원도지사 책임론이 커지자 김 지사는 24일 뒤늦게 “이번 일로 어려운 자금시장에 불필요한 혼란과 오해가 초래돼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강원도는 한 번도 채무불이행을 초래한 적이 없다”며 책임을 부인했다. 김 지사는 책임을 더 무겁게 통감해야 한다. 위중한 경제 상황에 도지사의 무지한 정책과 발언이 50조 원을 부어 시장을 안정시켜야 할 위기로 번졌음을 깨닫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바란다.
김 지사는 “회생 신청과 디폴트(채무 불이행)는 별개”라고 변명하지만, 레고랜드 사업자 강원중도개발공사(GJC) 회생을 신청하겠다고 밝힌 것은 분명 위기의 시작이었다. 국채나 마찬가지인 강원도가 지급보증한 GJC의 자산유동화어음(ABCP)조차 부도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채권시장이 얼어붙었고 금융당국의 대응이 늦어 위기가 커졌다.
더불어민주당 민생경제대책위원회는 23일 긴급성명서를 내고 “일촉즉발 경제위기 상황에 기름을 끼얹고 불을 붙인 방화범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이를 수수방관하다 큰불로 키운 방조범 금융정책당국을 고발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최문순 전 지사가) 도의회 승인을 생략하고 레고랜드의 2,050억 채무에 빚보증을 섰다”며 전임자를 탓했다. 하지만 여당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강원도가 채무 미이행 발표로 불신을 키운 건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고, 유승민 전 의원은 “레고랜드만 부도내고 강원도는 무사한 방법은 애당초 없다”고 했다.
최 전 지사의 도정을 거세게 비판해 온 김 지사는 레고랜드 사업을 접는 것을 쉽게 생각했을지 모른다. 지자체들이 수익성 없는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해 혈세를 낭비하는 관행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지금은 당장의 경제위기 관리에 사활을 걸어야 할 때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시장에 미칠 파장을 무시하고 감세를 밀어붙이다 44일 만에 물러난 일을 주목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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