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여객기가 23일(현지시간) 밤 필리핀 세부 막탄공항에 착륙하면서 활주로를 이탈하는 바람에 바퀴와 동체 일부가 크게 파손됐다. 승객 162명과 승무원 11명이 비상 탈출을 해야 할 만큼 상황이 급박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는 걸로 파악됐지만, 최근 사고가 잇따르는 대한항공에 대해 불신이 커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한 해당 여객기는 필리핀 현지 기상 악화로 2차례 착륙 시도 실패 후 다시 날아오르다 브레이크 시스템이 고장 나 비상 절차에 따라 착륙하던 중 활주로를 벗어나 수풀에 가까스로 멈춰 섰다. 지면에 강하게 부딪힌 뒤 기내가 정전되고 매캐한 냄새까지 났다고 하니 승객들 공포가 얼마나 컸을지 짐작조차 쉽지 않다. 자칫 기체가 활주로 너머까지 미끄러져 갔다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24일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 탑승객과 가족분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 사고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9일엔 영국 히스로 공항에서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던 여객기가 지상에서 움직이고 있던 다른 항공기와 부딪혔다. 승객들은 대체 항공기가 올 때까지 일정을 변경하는 불편을 겪었다. 7월 10일엔 튀르키예 이스탄불 공항을 출발한 여객기에서 이륙 1시간 50분 만에 엔진 결함이 발생했다. 비상 착륙까지 2시간 동안 승객들은 진동과 소음, 열기로 극심한 불안에 떨어야 했다. 하반기에만 사고가 3번이다. 이래서야 마음 놓고 비행기를 탈 수 있겠나.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위험이 큰 만큼 이유를 막론하고 항공기 사고는 용납될 수 없다. 국회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대한항공과 계열 항공사의 국제선 여객수송 점유율은 40% 이상이다.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한다면 70%를 넘는다. 대한항공은 시장지배력에 안주해 여객기 안전을 소홀히 했던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항공당국은 거대 항공사에 대한 감독 강화뿐 아니라 경쟁사 육성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 지적을 유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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