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휘청' 김진태 지사 책임론 확산
"전직 도지사 흔적 지우기로 정치적 결정"
강원도 안팎 "사업 추진한 최문순도 원죄"
"전·현직 도지사 상대 종합감사 필요" 지적
25일 오전 강원 춘천시 중앙로 강원도청 앞에서는 동부건설 관계자와 노동자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지난 5월 개장한 레고랜드에서 135억8,000여만 원의 조경공사를 담당했던 이들은 "지난달 27일 준공검사가 끝났지만 강원도의 중도개발공사(GJC) 기업회생절차 신청 방침에 따라 돈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강원도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레고랜드발 자본시장 경색이 한 달 가깝게 이어지면서 이번 사태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김진태 강원지사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강원도 내부에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최문순 전 강원지사 책임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진태 정무라인 몇 명이 이번 결정 관여"
자본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한 레고랜드 사태의 직접적 책임은 김진태 지사에게 있다. 지난달 28일 "GJC가 BNK투자증권에서 빌린 2,050억 원을 대신 갚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회생신청을 하겠다"고 선언한 김 지사 발언이 국가경제의 근간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번졌다. 급기야 정부가 50조 원 이상 규모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까지 내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김 지사와 같은 당 소속인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전날 "나비 날갯짓이 태풍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모든 일을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강원도 안팎에선 김 지사의 이번 결정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최문순 전 지사의 최대 치적인 레고랜드에 대한 손절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도 내부에선 "김 지사의 정무라인 몇 명이 이번 결정에 관여했다"는 얘기가 흘러 나온다. 정치적 판단 때문에 국가경제 전체를 뒤흔드는 우를 범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부실 경영 방조, 최문순 도정도 책임"
11년간 레고랜드 사업을 추진한 최 전 지사는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지사를 겨냥해 "회생 신청은 정확한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지 않고 그냥 정치적 목적으로 발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2014년 도가 레고랜드 사업자인 GJC에 대한 지급 보증액을 기존 210억 원에서 2,050억 원으로 10배가량 늘린 점을 들어 최 전 지사에 대한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GJC 경영 상태에 대한 의구심도 끊임없이 지적돼 왔다. 지난달 도는 "대출금 상환을 비롯해 GJC의 각종 지출 규모는 4,542억 원인 반면, 부지매각 등으로 발생할 수익은 4,130억 원으로 412억 원 적자가 예상된다"고 도의회에 보고했다. 최 전 지사는 이날 "GJC를 그냥 뒀으면 차차 연장해가면서 빚을 갚아 나갔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현실은 달랐다는 게 도의 판단이다.
GJC가 애초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부분도 경영 악화를 초래한 요인으로 꼽힌다. 지방공기업은 해당 지자체 지분 50%가 넘어야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감사를 받지만 GJC는 44%로 도 자체 감사를 피할 수 있었다. 강원도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업은 11년 전부터 내부에서도 소수만 아는 '깜깜이' 구조로 진행돼 구성원 대부분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봤다"며 "언젠가 도려내야 할 환부였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도내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김 지사 책임뿐 아니라 최 전 지사 체제에서의 문제점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최문순 도정의 방만 운영은 혀를 내두르게 하고, 김진태 지사는 난데 없는 기업회생 신청으로 사달을 냈다"며 "종합 감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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