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 밤 8시 30분 국회 출석
불출석 사유서 제출했지만 국회 압박에 선회
"정전 사태에 많은 책임…국민께 송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가 막바지에 이르던 오후 8시 30분. 국내 5대 그룹 총수인 최태원 SK 회장이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는 이미 국감이 시작된 지 10시간이 흐른 뒤로, 대기업 총수가 늦은 저녁 국감장에 출석한 것은 이례적이다. 최 회장을 바라보는 여야 과방위원들 사이에서도 긴장감이 엿보였다. 특히 의원들은 카카오 사태 관련 일반 증인으로 채택된 최 회장이 국감 불출석 의사를 밝힌 것에 "이런 오만한 불출석 사유서는 처음"이라며 십자포화를 가했던 만큼, 까칠한 목소리로 "최태원 증인"을 외쳤다.
국감 증인석에 앉은 최 회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이번 정전 사태에 관련해 많은 책임을 느낀다"며 "SK그룹에서는 사태를 최대한 잘 수습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감에 늑장출석한 이유에 대해선 "몇 달 전부터 예정됐던 일본과의 일정이 있었다"며 "(포럼을) 미루게 된다면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 점 또한 심려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최 회장은 "(SK그룹 내) 다른 회사에도 혹시 이런 일이 있을까 봐 (유사한 사례를) 조사해서 대응하고 있다"면서 "고객사 피해 보상과 관련해서도 최대한 빠르게 성의를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리튬배터리가 들어간 데이터센터나 다른 곳들을 전체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좋겠다고 (내부적으로) 얘기했다"며 재발 방지책도 언급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압박...6시간 늦게 증인 출석
이날 과방위 국감에는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등 주요 플랫폼 창업자뿐만 아니라 홍은택 카카오 대표, 최수연 네이버 대표, 박성하 SK C&C 대표 등 카카오 사태 핵심 당사자들이 일반 증인으로 나왔다.
과방위원들은 이들과 함께 증인으로 채택된 최 회장에게 경기 성남시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관련 책임소재와 안전관리, 위기 대응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물을 예정이었으나 최 회장이 일반증인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21일 최 회장이 국회에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에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 대응 전략을 위한 일본포럼 개최와 2030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 미칠 부정적 영향 등이 적시됐다. SK그룹 관계자는 "8월부터 한일 민간 경제협력 재건과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고자 해당 포럼을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SK가 다음 달 프랑스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기구(BIE) 3차 총회에서 최 회장이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총괄하고 있어, 증인 출석으로 인해 자극적이고 부정적 기사들이 나오면 부산 엑스포 유치전이 치열한 상황에서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하자 여야 가리지 않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가 SK 계열사냐"라며 날을 세웠고, 정청래 과방위원장은 "최 회장의 불출석은 한마디로 이유 같지도 않은 이유"라고 질타했다.
하지만 오후에도 최 회장이 출석하지 않자 과방위는 구체적인 법적 대응 수단을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정 위원장은 "최 회장의 출석을 거듭 촉구했으나 여전히 안 하고 있다"며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하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12조에 따라 불출석죄로 3년 이하 징역,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카카오 사태를 맞아 여야 의원들이 이례적으로 강하게 국감 출석을 요구하자 최 회장은 결국 증인석에 모습을 드러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