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국 압박에도 기업들 中사랑 계속
테슬라가 중국에서 전기차 주력 모델의 가격을 최대 9%까지 전격 인하했다. 원가와 물류비 상승을 이유로 들며 한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가격을 높이기만 했던 테슬라가 값을 낮춘 것은 처음이다. 애플도 중국에서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 미중 무역 갈등 고조에도 미국 빅테크(주요 기술기업)들의 중국 사랑이 오히려 깊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테슬라는 중국 홈페이지를 통해 세단형인 모델3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모델Y의 가격을 내린다고 공지했다. 모델3 최저가는 26만5,900위안(약 5,200만 원)으로 5% 떨어졌고, 모델Y 가격은 이전보다 8.8% 내린 28만8,900위안(5,660만 원)부터 시작한다. 테슬라는 중국 외 다른 시장에선 가격을 내리지 않았다.
시장에선 중국 내 전기차 판매 경쟁이 격화하면서 테슬라가 가격 인하로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내 전기차 수요는 감소 조짐이 뚜렷한데, 저가형 전기차를 앞세운 비야디(BYD) 등 중국 업체는 빠른 속도로 상품성을 개선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이고, 3분기 테슬라 전체 매출에서도 중국은 약 25%를 차지했다. 테슬라 입장에선 가격 인하란 고육책을 써서라도 꼭 잡아야 하는 시장인 것이다.
매출의 약 20%를 중국에서 올리는 애플도 7월 중국에서만 할인 행사를 했다. 신제품 아이폰14 출시를 앞두고 아이폰13 시리즈 가격을 사흘간 최대 600위안(약 11만7,000원) 낮춰 판매했는데, 애플이 자체적으로 할인 행사를 한 것은 매우 드문 경우였다. 당시에도 '중국 특혜'란 평가가 나왔다.
이 같은 애플과 테슬라의 중국 특별대우는 미국 정부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것과는 상반되는 행보다. 미국 정부가 탈중국을 위한 각종 제재 방안과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원자재 수급이나 매출의 상당 비중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이 중국과 거리를 두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 정부와 중국을 여전히 중시하는 미국 기업들 사이의 마찰도 잦아지고 있다. 애플은 당초 아이폰14에 중국산 낸드플래시를 탑재하려 했으나, "탑재 계획을 취소하라"는 정치권의 거듭된 요구에 결국 굴복했다. 마크 워너 미 상원 정보위원장은 최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홍콩 시민이나 신장 위구르족에게 가해지는 억압에 대해서 (미국 기업들이) 못 본 체한다"고 지적했다. 애플, 테슬라 등이 중국 내 매출에만 지나치게 의식해 인권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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