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은 절기상 상강(霜降)이었다. 말 그대로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뜻으로 기온의 변화가 크게 나타난다. 새벽이면 대기 중 수증기가 지상의 물체 표면에 얼어붙어 나뭇가지나 꽃잎 그리고 땅에 서리가 맺힌다. 이럴 땐 농촌에서는 때늦은 추수를 서둘러야 하고 본격적으로 겨울 준비를 해야 한다.
어쩌면 사계절 중 겨울은 ‘불청객’처럼 다가온다. 우리가 가을을 채 만끽하기도 전에 슬그머니 찾아오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14일 설악산 단풍을 보기 위해 산행하는 도중 낙엽에 달라붙은 서리를 발견했다. 자세히 보니 단풍 무더기 속에 아직 빨갛게 물들지도 못한 녹색의 잎에도 ‘송골송골’ 서리가 맺혔다. 잎 가장자리를 따라 둥글게 맺힌 서리는 때 이른 겨울의 도래를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가을은 겨울에 자리를 내어주나 보다.
가뜩이나 고환율·고물가·고금리에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지는데, 갑작스러운 겨울 날씨 탓에 몸과 마음이 잔뜩 웅크려진다. 그러나 사계절 변화가 뚜렷한 한반도의 날씨를 슬기롭게 대처해 왔듯이 험난한 경제 파고도 현명하게 극복할 것이다. 본격적인 겨울이 다가오기 전 주위를 둘러보자. 더 잘 준비할수록, 더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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