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보고 주기 '반기 → 분기'로 단축
PF 사업장 리스크 점검 등 업권별 현황 파악
김주현 "채안펀드, 부족하면 더 늘릴 수도"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강도 높은 점검에 착수했다.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채권시장 위기, 금리 인상, 부동산 침체 등 각종 악재들이 쏟아진 만큼, 112조 원에 달하는 금융기관의 PF 대출 건전성을 점검해 부실 위험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25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최근 금융회사들의 PF 대출 현황 보고 주기를 반기에서 분기로 단축했다. PF 대출은 부동산 개발사업의 향후 수익성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주는 금융상품이다.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은 대출채권을 기반으로 어음을 팔아 돈을 번다. 그러나 최근 강원도의 레고랜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보증 철회 사태 등의 여파로 어음이 팔리지 않거나 만기 연장을 위한 회사채 발행에 애를 먹으면서 금융회사가 떠안을 부담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에 당국도 점검 주기를 사실상 최소 단위인 3개월로 줄여 PF 대출 부실 여부 파악에 나선 것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업권별 PF 대출 현황을 더 촘촘히 파악하기로 했다. 당국은 금융회사가 돈을 빌려준 PF 사업장의 사업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우량·비우량 사업장을 분류할 계획이다. 당국은 이날 직접 여신전문금융회사들과 만나 점검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해 은행·증권사·저축은행 등 업권별로 PF 사업장 리스크 현황을 더 엄밀히 확인해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금융권의 PF 대출 잔액은 112조 원에 달한다. 2014년 이후 증가액만 77조 원에 이르고, 이 중 증권·보험 등 비은행권에서만 약 70조 원이 급증했다. 특히 증권사의 PF 대출 관련 채무보증 규모는 24조9,000억 원으로, 2013년 말(5조9,000억 원) 대비 4배 넘게 뛰었다. 한은은 "증권사의 채무보증 확대로 PF 대출 부실 시 일부 증권사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50조 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채권시장의 자금경색도 여전한 상황이다. 최근 우량 공사채로 평가되는 AAA등급의 한국가스공사 채권과 AA+등급의 인천도시공사 채권이 각각 2년물과 3년물(그린본드)에서 예상한 규모만큼 투자자를 찾지 못해 발행이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극히 일부 채권에만 자금이 몰리는 쏠림 현상도 채권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올해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2배가 넘는 23조3,500억 원을 발행하면서 시중 자금을 쓸어 담고 있다. 여기에 자금 경색을 해결하기 위해 대출을 받으려는 기업들이 늘면서 은행들이 자금조달 목적으로 은행채 발행을 늘리는 실정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레고랜드발 사태는 '트리거(방아쇠)'일 뿐 현재 채권시장의 본질적 문제는 한전과 은행들이 대규모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유동성 대책으로 일부 불안감을 씻어낼 수 있지만 이들이 계속해서 시중 자금을 쓸어 담으면 불안이 지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대책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당국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채안펀드 총량은 20조 원인데 부족하면 더 늘릴 수도 있다"며 "한은이 어떻게 얼마만큼의 규모로 들어오느냐 등에 따라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대출 적격담보증권 대상에 은행채를 포함하는 조치 등을 결정할 수 있는 만큼 '한은 역할론'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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