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책 '최고의 휴식'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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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차장급인 46세 직장인 남성입니다. 2, 3년 전부터 에너지가 점점 고갈되는 느낌은 들었는데 요즘 들어 더욱 피곤하고 권태를 느낍니다. 짜증과 분노도 자주 느껴요. 나름대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택근무도 하면서 업무량도 줄었는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얼마 전부터는 만성 피로를 없애려고 개인 헬스 트레이너를 두고 주 3회 이상 운동하고 있는데도 변하는 게 없습니다. 평일에도 6시간은 자는데 주말이 되면 13시간 이상씩 자느라 다른 일을 하질 못합니다. 주니어 시절보다는 업무에 대한 책임은 늘었지만 그렇다고 압박이 과도한 것도 아닙니다. 어떻게 해야 이 지긋지긋한 피곤을 풀 수 있을까요. 박지철(가명·46세·직장인)
A. 현대인들은 일 잘하는 법, 공부 잘하는 법 등은 끊임없이 배우지만 정작 '잘 쉬는 법'은 제대로 배운 적이 없습니다. 막상 휴식이 주어져도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다가 시간을 다 써버리고 말기도 하죠.
지긋지긋한 피곤에 시달리는 지철씨에게는 어쩌면 책 '최고의 휴식'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저자는 미국 예일대에서 첨단 뇌과학을 연구한 정신과 의사 구가야 아키라인데요. 그는 "현대인의 피로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순간에도 뇌가 쉼 없이 활성화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뇌과학 이론에 주목합니다. 현재 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마인드풀니스(마음챙김)를 기반으로 한 메디컬 센터를 운영 중인데요.
책의 주된 메시지는 우리에게는 의외로 과학적 휴식법이 절실하다는 겁니다. 이를테면 첨단 뇌과학과 정신의학이 주목하고 있는 마인드풀니스 같은 휴식법 말이죠. 마인드풀니스의 정의는 '평가나 판단을 더하지 않고 지금 여기의 경험에 능동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심리적인 과정'입니다.
조금 어렵죠? 마인드풀니스가 일종의 '과정'이라고 한다면 그 과정을 도와주는 '도구'로는 명상 혹은 좌선 수행 등이 있습니다. 보통 명상, 좌선이라고 하면 왠지 비과학적이라거나 종교적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죠. 책의 저자 또한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해 마인드풀니스에 반감을 가졌다고 해요.
하지만 그는 실제로 "현대 뇌과학이 '뇌가 지나치게 활성화되면서 피로감을 느낄 때 마인드풀니스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입증해내고 있다"고 말합니다. 마인드풀니스 명상을 할 때 전전두엽과 후방대상피질의 활동이 줄면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낮아지고 집중력, 감정 조절력, 면역 기능 등이 좋아진다는 사실이 발견됐다는 것이죠.
우리의 스트레스는 보통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서 오는 불안에 따른다고 하는데요. "이런 후회나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지금, 여기'의 경험에 능동적으로 집중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기본이 호흡 명상인데요. 호흡 명상은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며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는 연습을 하는 행위입니다. 중간에 잡념이 떠오른다면 '지금 생각이 떠오르는구나' 하고 알아차리기만 하면 된다는데요. 이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호흡에 다시 집중하는 것이죠.
저자는 "이 호흡법을 매일 지속하고,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하라"고 조언합니다. 물론 단숨에 효과를 보긴 어렵겠죠? 다만,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며 머릿속의 시끄러운 생각 때문에 괴로울 때가 많은 우리에게 이런 작은 노력들이 일상 속 작은 접근법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책은 "'생각하는 나'와 '생각'을 구별하라"며 "'나'는 '생각' 그 자체가 아닌, '생각'을 담는 그릇에 불과하다"고 얘기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좋고 나쁨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 그리고 그 생각이 여러 번 나타나는 원인은 무엇인지 찾아보자는 겁니다. 이 외에도 책은 '자비 명상', '동작 명상', '바디 스캔' 등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적용해볼 만한 접근법을 제시합니다.
"진정한 휴식은 나를 배려하는 일이며, 다시 불타오를 수 있도록 불길을 내는 것이다."
책 '최고의 휴식' 중
금방 어떤 도움이 될까 싶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마인드풀니스는 시간 낭비 같기도 합니다. 우리가 주로 '무엇을 하는가'가 중요한 '하는(Doing) 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일 텐데요. 하지만 저자는 우리 문화가 '어떻게 존재하는가'가 중시되는 '존재(Being) 문화'에 가까워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독자님이 다양한 해답을 찾아가시는 가운데, 이 책이 작은 도움을 얹길 바라며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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