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불황, 대량 부도, 실업 초래할 것"
"대통령·정부·한국은행, 최악의 시나리오 준비해야"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레고랜드로 촉발된 금융시장 불황에 대해 연이어 경고를 쏟아내고 있다. 정부의 채권시장 50조+α 지원방안이 발표된 23일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강원중도개발공사(GJC) 회생 신청 발언을 직격한 유 전 의원은 25일 레고랜드발 금융 불안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보다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1997년 IMF 위기는 그해 1월 한보그룹 부도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한보 부도 당시엔 아무도 엄청난 위기가 곧 닥칠 것을 알지 못했다"고 운을 뗐다. 유 전 의원은 "레고랜드 부도가 촉발한 금융 불안의 끝이 어디일지 우리는 모른다"며 "(정부가 마련한) 50조 원의 긴급 유동성 대책으로 화재가 진압된다면 천만다행일 것"이라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그러나, 최근의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고 지적하며 "대통령과 정부, 한국은행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최악의 비관적 시나리오를 전제하고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금리와 불황은 대량 부도와 대량 실업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IMF 위기 때 겪었던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거쳐야 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구체적으로 "'긴급구제냐, 구조조정이냐', '금리를 인상하되 유동성 공급을 어디에 얼마나 할 거냐', '구조조정으로 퇴출당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보호할 거냐'는 대통령과 정부가 당장 대비책을 세워둬야 할 문제들"이라고 짚었다. 그는 "IMF 위기 때 달러를 빌려준 IMF,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등의 강요로 기업, 금융, 노동 구조조정이 지나치게 가혹했던 측면이 있었다"며 "그런 후회를 다시 하지 않도록 이번 위기는 우리 정부 주도하에 극복하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지난달 28일 "강원중도개발공사에 대해 법원에 회생 신청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원도가 레고랜드 조성을 위해 발행한 2,050억 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지급보증 철회 의사를 밝히면서 자금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초 1.55%였던 기업어음(CP)금리는 21일 기준 4.25%로 급등했다. 지난달 말 3.27% 수준에서 레고랜드 사태 이후 1%포인트 가까이 치솟았다.
유 전 의원은 본격적인 위기가 오기 전에 미리 누구를 살릴지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그는 "모두를 다 살릴 수는 없다. 옥석을 가려야 한다”며 “기업과 금융 도산 사태가 임박할 때 누구를 살릴지 그 기준과 수단을 미리 강구해둬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학자 출신인 유 전 의원은 최근 잇따라 경제 관련 입장을 내놓고 있다. 지난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대해 "경제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는 가계부채와 한계기업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는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비상계획)을 준비해 시한폭탄이 우리 경제를 삼키지 않도록 대비해야만 한다"고 제안했다. 23일에는 "강원도지사의 말 한마디에 채권시장이 마비되고 금융시장에 공포가 덮쳤다"며 레고랜드발 금융위기 가능성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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