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익스텐드 마인드'
뇌는 사고의 중심이다. 좋은 결정을 하고, 창조적 생각의 근원을 찾고자 하는 이들을 겨냥한 뇌를 탐구한 책이 수없이 쏟아진다. 미국의 저명한 과학 저술가인 애니 머피 폴도 인지능력 확장 방안을 찾는 저작에 동참했다. 단 그는 '뇌 바깥의 뇌과학'에 주목했다. 신간 '익스텐드 마인드'는 인간의 사고에 관여하는 것은 뇌만이 아니며 몸과 주변 환경, 인간관계 등 신경 외적인 요소가 생각의 흐름에 개입된다고 전한다. 혁신과 독창적 아이디어 부족이라는 동시대적 문제는 머릿속 사고가 지능과 창의성의 유일한 원천이라 믿는 뇌에 얽매인 패러다임에서 비롯됐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저자는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1998년 발표된 철학자 데이비드 차머스와 앤디 클라크의 '확장된 마음(extended mind)' 등 인지과학과 신경과학, 심리학 연구를 동원한다. 이를 통해 인류의 뇌는 이미 최적에 가까운 능력으로 작동하고 있고 "미래는 뇌 밖에서 사고하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몸의 움직임과 일과 생활을 위한 공간, 동료·전문가와의 관계 등 창조적 성취를 위한 머리 바깥의 세 가지 자원을 제시한다.
책에 따르면 우선 가만히 앉아서 머리를 쓰기보다 뇌 이외의 신체 부위를 활용해야 한다. 운동은 활력과 사고력을 높여 준다. 니체는 "걷는 동안 떠오른 생각만이 가치가 있다"고 했다. 키르케고르,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위대한 사상도 육체적 활동 중에 나왔다. 저자는 또 학습 과정 중에 있는 학생들은 제스처를 취할수록 이해의 깊이가 깊어진다고 설명한다.
공간도 중요하다. 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잭슨 폴록은 뉴욕시에서 작고 한적한 자연 마을로 거주지를 옮긴 후 예술성을 꽃피웠다. 저자는 능률성과 창의성을 위해서는 사방이 트인 공간보다 최소한의 벽과 개인 공간에 대한 권한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도 함께 전한다.
무엇보다 인간의 뇌 발달은 홀로 이뤄진 게 아니다. 인간은 까다로운 논리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다른 이를 설득하고 타인에게 속지 않도록 진화했다. 전문가, 동료, 집단과 함께 생각하며 뇌로서 풀기 어려운 문제를 사회적 상황으로 만들면 해결이 쉬워진다는 이야기다.
신체와 사회 환경이 뇌만큼이나 인류의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양한 최신 학문과 데이터를 일목요연하게 모아 관련 지식 없이도 이해가 쉽도록 설득력 있게 풀어낸 장점이 있는 책이다. 특히 저자는 결론 부분에서 관계 등 사회적 요소를 통해 뇌를 훈련하고 활용함으로써 타고난 지능을 넘어설 수 있다고 역설한다. 타고난 재능으로 대표되는 능력적 요인이 계층 간 양극화로 이어지는 승자독식 사회에서 되새겨 들을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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