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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유교는 왜 절하는 방식이 다를까?

입력
2022.10.27 19:00
25면
0 30
자현
자현스님ㆍ중앙승가대 교수
중국 지린성 지안시의 장천1호분 예불도. 5세기 후반 고구려의 예불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정수리를 땅에 닿게 하는 불교식 절하는 방법을 정확히 묘사하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우측 하단 남녀의 절하는 동작도 남녀 구분없이 똑같다.

중국 지린성 지안시의 장천1호분 예불도. 5세기 후반 고구려의 예불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정수리를 땅에 닿게 하는 불교식 절하는 방법을 정확히 묘사하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우측 하단 남녀의 절하는 동작도 남녀 구분없이 똑같다.


입식 생활로 예법 중심에서 밀려났지만
동아시아 2,000년에 자리 잡은 절 예절
남녀의 절 방식 차이도 사라져야 할 예법

오늘날 절이란, 설날이나 장례식장 또는 결혼식 폐백 때나 하는 정도가 거의 전부다. 그러나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외박하는 외출에도 어른들께 절을 하는 게 당연시되었다. 물론 다녀와서도 절을 올려야 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와 '잘 다녀왔습니다'를 절과 함께 여쭈었던 것이다. 누가 군대라도 갔다 올라치면 군복을 입고 마당에서 '절 받으십시오'라고 외치며, 큰절을 올리는 모습은 아직도 내게는 깊은 인상으로 박혀 있다. 또 결혼에 앞서 함을 받거나 할 때도 절은 빠지지 않는 최고의 예법이었다.

예법의 중심에 있던 절이 약해지는 것은 좌식문화가 입식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입식에서는 앉아 있는 대상의 위치가 높다 보니, 자연스럽게 몸을 바닥에 밀착하는 절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같은 절인데도 불교에서는 양손을 벌리고 이마를 바닥에 대는 반면, 유교는 손바닥을 교차해서 손등에 이마를 대는 방식을 사용한다. 즉 비슷한 듯하지만,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불교 절과 유교 절 중 어떤 게 맞냐?'는 질문을 종종 받곤 한다.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왜냐하면 절은 불교를 타고 동아시아로 전래한 외래문화이기 때문이다. 불교가 동아시아에서 2,000년을 함께하다 보니 혼란을 초래했을 뿐, 유교의 절은 '원형의 변형'일 수밖에 없는 숙명을 안고 있는 셈이다.

이슬람 신자들의 아침 기도 모습. 인도의 오체투지에서 비롯된 절 예법이 이슬람으로도 전파됐음을 보여준다. AFP 연합뉴스

이슬람 신자들의 아침 기도 모습. 인도의 오체투지에서 비롯된 절 예법이 이슬람으로도 전파됐음을 보여준다. AFP 연합뉴스

절은 인도의 오체투지(五體投地) 예법에서 비롯된다. 오체투지란, 신체의 다섯 군데인 두 손과 두 무릎 그리고 정수리를 땅에 대는 것으로 상대방에 대한 최고의 존중을 나타낸다. 5세기 고구려 고분벽화인 장천 1호분의 '예불도'를 보면, 중앙의 불상을 향해 절하는 분들이 목을 심하게 꺾고 있는 모습이 확인된다. 오체투지의 '정수리'라는 부분에 꽂혀 원산폭격 같은 자세가 나오는 것이다.

이런 절하는 방식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 끝난 후 온돌과 좌식문화가 일반화되면서,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방식으로 변모한다. 즉 정수리가 이마로 대체되는 것이다. 정수리든 이마든 머리를 땅에 댄다는 것은 '상대와 비교될 수 없다'는 깊은 존숭의 의미다. 마치 폴더식으로 인사하는 것이나, 일본의 '도게자'(土下座)를 하는 것 같은 다소 과장된 형태라고나 할까?!

인도의 오체투지는 서쪽으로는 이슬람에도 수용된다. 해서 오늘날까지 무슬림들은 하루에 5번 메카의 카바신전을 향해 절을 하는 것이다.

머리가 땅에 닿아야 한다는 것은 교차한 손등에 절을 하는 유교 절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조가 남한산성에서 패해 청 태종에게 절을 할 때 이마가 찢어지는 것 역시 이마를 땅에 댔기 때문이다. 또 '황비홍' 같은 청나라 배경의 영화를 봐도 잘못한 사람이 머리를 바닥에 부딪히며 사죄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손등에 이마를 대는 유교 절은 생각보다 오랜 전통이 아님을 알게 된다.

어떤 분들은 절할 때 손을 교차하는 방식으로 남자는 왼손을 오른손 위에 올리고, 여자는 반대라고 한다. 또 상갓집에서 절할 때는 이것이 다시 반대가 된다고도 한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는 허공에 수를 놓는 것처럼 모두가 불가능한 주장일 뿐이다. 또 속칭 '여자 절'이라고 하는 여성이 주저앉으며 양손을 높게 올리는 방식 역시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다. '예불도'에는 뒤쪽 여성도 앞의 남자와 같은 절을 하고 있지 않은가?! 여자 절은 조선 후기의 여성 차별이 만들어낸 한 단면으로 반드시 사라져야 할 변화일 뿐이다.

자현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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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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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달마 2022.10.28 10:53 신고
    늘 깨달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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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정k 2022.10.28 11:06 신고
    유교는 조선시대만 성했는데 근대와 가까워 마치 문화의 기준처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도우미가 필요할 정도로
    불편한 여성 절은 사라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불교 보배 자현스님께 많은 걸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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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맑은영혼 2022.10.28 12:39 신고
    그니께.. 지대로 절읗 하는 방식은 불교 절이 맞는것이네요. 절의 유래도 불교를 타고 들어온 것이고... 21세기 최고의 선지식 자현스님이 계시니.. 조금씩이라도 제대로 공부하고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집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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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ang2 2022.10.28 15:05 신고
    ☆자현스님께서 직접 운영하시는
    밴드 - 쏘댕기기 &&& 유튜브 - 쏘댕기기에서
    유익한 내용을 재미있게 많이 배웁니다... ^^*

    진기하고 놀라운 ☆자현스님...
    정말 억~수로 감사합니다...!!

    개인 유튜브 구독자 ☀17만 명을 보유한
    월정사 교무국장 ☆자현스님...!!
    ★쏘댕기기~ 화이팅~~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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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맑은영혼 2022.10.28 12:59 신고
    자현스님 같은 선지식을 알고..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은 복 터진 일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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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ang2 2022.10.28 17:58 신고
    ☆자현스님의
    BTN 붓다로드 방송
    정말 진기하고 재미있어요...

    삼국유사는
    역사, 신화, 설화, 전설, 이적, 신통 등 이런 것들이 막 섞여 있는데
    이러한 것들을 정밀하게 분석하여 추론하고
    이것들을 구분해 내는 작업을 하시는
    자현스님... 정말 대~단하세요!!

    불교계의 명탐정 ☆자현스님...
    완전 멋짐뿜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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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ang2 2022.10.28 14:59 신고
    ☆자현스님은
    철학자 &
    미학자 &
    교육자 &
    불교학자 &
    명상 전문가 &
    다방면의 전문가 &
    보기 드문 해박한 지식인 &
    국내 최다 박사 학위 6개를 보유한 능력자 &
    표현할 수 있는 수식어가 부족한 듯... ^^*
    정말 대~단하세요...!!
    0 / 250
  • 박수혀니 2022.10.28 13:44 신고
    자현스님께 항상 많이 배우고 깨닫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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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맑은영혼 2022.10.28 13:00 신고
    우주최강 자현스님과 동시대에 살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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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야팜 2022.10.28 12:19 신고
    여자 절도 따로 할 필요 없다고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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