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강원도지사 자격으로 베트남 꽝닌 성 하롱 방문
강원도 주도로 설립한 '이토프' 총회 참석 일정 때문
국내선 "적절하지 못한 처신" 비판
레고랜드 운영사인 강원중도개발공사(GJC)의 회생신청을 공언하며 사실상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유발한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디폴트를 선언한 적이 없다"고 공언한 후 24일부터 27일까지 베트남 출장에 나섰다. 이에 정치권과 온라인에선 적절치 못한 처신이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강원도와 베트남 꽝닌 성에 따르면 김 지사는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개최된 '동아시아지방정부 관광포럼(EATOF·이토프)' 17차 총회 참석차 꽝닌 성에 위치한 하롱을 방문했다. 국내에도 '하롱베이' 비경으로 유명한 꽝닌 성은 당초 지난 2020년 이토프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열리지 못했고 2년 뒤인 올해 다시 개최했다.
이토프는 강원도 주도로 꽝닌 성과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주, 필리핀 세부주, 일본 돗토리현, 라오스 루앙프라방주, 캄보디아 시엠레아프주, 몽골 투브주, 중국 지린성,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등이 참가하는 아시아 10개국의 지방정부 간 협력 기구다. 지난 2000년 강원도가 설립한 이래 총 10개 회원 정부가 참석하고 있으며, 목적은 관광지 간 교류를 통해 아시아 지역 관광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각 국가에서 관광업으로 유명한 지방 한 곳씩만 참가하는 형태다.
이토프란 기구는 사무국마저 강원도청에 위치해 있을 정도로 강원도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강원도지사 입장에서는 참석할 필요성이 있었다. 강원도의 설명을 통해서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앞서 강원일보에 따르면 강원도는 "김 지사의 이번 총회 참가 일정이 수개월 전부터 예정된 것으로, 최근 국내 채권시장 위기와 관련해 개막 전날까지 참석 여부를 두고 고민했으나 이토프 내 강원도의 위상과 국제행사라는 점을 고려해 참석했다"고 밝혔다.
꽝닌 성 지역 언론들에 따르면 김 지사는 하롱과 가까운 번돈 국제공항을 직접 방문해 강원 양양공항과 직항 노선을 트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관광지 간 연계 노선이 생기면 역외의 관광객들이 관광지와 관광지를 직접 오가는 편의를 누릴 수 있다는 이유다.
강원도 주도 국제기구라면서 총회 소식은 없어
이런 행사의 내용이 알려지지 않는 것은 국내에는 활동 홍보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기준으로 이토프 공식 홈페이지의 가동은 중단된 상태다. 이 홈페이지는 회원 지방정부의 관광을 공동 홍보하는 목적으로 개설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는 접속 자체가 불가능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토프의 공식 계정에서도 꽝닌 성에서 총회 행사가 열리고 있다는 정보를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채권시장이 혼란에 빠진 것에 김 지사의 책임론이 제기된 가운데 그가 강원도를 비우고 해외로 출국한 행보에 대해선 곱지 않은 시각도 상당하다. "채권시장 혼란을 유발한 채 도망치듯 출국한 무책임한 행태"라는 것이다. 네티즌들은 꽝닌 성 언론들이 보도한 김 지사의 행보를 다룬 기사에서 그가 만찬 행사에 참석한 장면 등을 뽑아 올리며 "채권시장 위기를 불러 온 것에 진지하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등 반어적인 표현으로 조롱하기도 했다.
김 지사와 과거 춘천시 지역구를 놓고 총선에서 경쟁한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열린 긴급토론회에서 "처신도 대단히 부적절하고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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