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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일교차가 빚어낸 청량한 맛… '청송 사과' 넘볼 곳 있나요

입력
2022.11.07 05: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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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고장 특산물] <41> 경북 청송 사과
재배면적과 시장평판 압도적 1위 자부
고개 안 넘으면 오갈 수 없는 '천혜 조건'
꿀맛은 일교차 심해야 생겨 청량감 더해
"부사·시나노골드로 청송사과 3.0 준비"

곱게 잘 익은 청송사과. 과육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아 전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청송=정광진 기자

곱게 잘 익은 청송사과. 과육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아 전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청송=정광진 기자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사과 재배 지역이 대구와 경북 청송 등에서 강원 영월과 양구까지 북상 중이다. 재배 지역 확산에 움츠러들법도 하지만, 전국 최대 사과 생산지인 청송 지역 재배 농가들은 다른 지역에서 청송 사과 맛을 따라잡긴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청송 골짜기'라고 불릴 정도로 내륙 깊숙이 자리잡은 천혜의 자연조건이 '꿀맛' 사과를 생산하는 가장 큰 비결이다.

사과의 메카 경북 그중에서도 청송

경북도는 전국 사과 재배면적과 생산량 모두 60% 이상을 차지해 압도적 1위다. 그 중에서도 청송이 압도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청송지역 사과 재배면적은 3,350㏊로 전국 시군구 가운데 1위다. 그 뒤로 경북 영주와 안동, 의성, 경남 거창 순이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그래픽=김문중 기자

청송은 사과를 위한 고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충남 서산과 경북 영덕 간 고속도로에서 청송 나들목을 빠져나오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게 사과 모양 조형물이다. 지난달 27일 청송읍으로 가는 길 양쪽으로 늘어선 아파트 벽면에는 청송사과축제를 알리는 초대형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관광안내판과 이정표, 가로등까지 모두 사과를 상징한다. 10월과 11월의 청송은 농경지 대부분이 붉고 노란 열매들로 넘실거린다. 청송에서 재배하는 사과 품종인 부사와 시나노골드 때문이다.

청송군 농업에서 사과가 차지하는 비중은 79%로 압도적이다. 경북도와 청송군 등의 지원이나 재배기술도 다른 지역이 따라잡기 어렵다. 청송 사과는 2004년 전국 으뜸농산물품평회 대상을 시작으로 사과 품평회 순위에서 빠진 적이 없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연속으로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용정 청송농업기술센터 직원이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한 과수원에서 군이 집중 육성하는 황금사과(시나노골드)와 가장 많이 재배 중인 부사를 비교하고 있다. 청송=정광진 기자

이용정 청송농업기술센터 직원이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한 과수원에서 군이 집중 육성하는 황금사과(시나노골드)와 가장 많이 재배 중인 부사를 비교하고 있다. 청송=정광진 기자


분지 지형에 석회질 토질도 사과 재배에 유리

청송은 안동 가랫재와 영덕 황장재, 영천 노귀재, 포항 꼭두방재 등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청송은 지난달 27일까지 일교차가 20도 이상인 날은 이틀, 15도 이상은 15일이나 된다. 큰 일교차는 최상품 사과를 생산하는 데 가장 유리한 조건이다. 풍부한 일조량과 토질도 달콤한 맛을 내는데 도움이 된다. 사과 생육기간(4~11월) 동안 청송 지역 일조시간은 1,520시간으로 전국 평균(1,495시간)보다 많다. 석회질 성분이 많은 토양은 과육을 단단하게 한다.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라서 여름과 가을 태풍 피해도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청송에서 사과 농사를 하는 윤인섭(37) 윤박사애플팜 대표는 “일조량과 토질도 괜찮지만, 큰 일교차가 청송 사과맛에 영향을 주는 결정적 요인"이라며 "최소 30년 이상 청송 사과를 따라올 지역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청송에서 사과 재배가 시작된 시기는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로 알려져 있다. 1970년대 후반 부사가 보급되면서 사과 재배가 급성장했다. 일손을 덜어주고 단위면적당 수확량을 늘려줄 키 낮은 사과도 청송에서 시작했다. 서경수 청송농업기술센터 과수기술팀장은 “과육에서 나오는 '꿀'은 일교차가 심한 곳에서만 생긴다"며 "꿀이 없으면 청송사과가 아니다”고 했다. 서 팀장은 그러면서 “낮에 광합성한 녹말 성분은 밤에 효소 작용에 의해 과당이나 포도당 등으로 바뀌어 과육에 골고루 저장되는데 밤기온이 낮으면 생리 장애로 꿀이 생긴다”며 “청송 사과에는 솔비톨 등 청량감을 더해주는 물질이 많아 사과 전체의 맛을 높인다”라고 설명했다.

한 농민이 이달 중순 청송군 한 사과밭에서 청송군이 직접 육성 중인 청송 황금사과(시나노골드)를 수확하고 있다. 청송군 제공

한 농민이 이달 중순 청송군 한 사과밭에서 청송군이 직접 육성 중인 청송 황금사과(시나노골드)를 수확하고 있다. 청송군 제공


노란색 사과 시나노골드 인기 급상승 중

청송군에선 재배 지역이 북상해도 청송 사과의 경쟁력과 위상은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 국내 사과 시장의 70% 이상을 만생종인 부사가 차지한다. 청송에선 그 비율이 80% 이상이다. 강원도에서도 부사를 재배하고 있지만 아직은 한계가 뚜렷하다. 서 팀장은 "강원도 부사는 제대로 익기 전에 얼어버려 추석 전후에 출하하는 홍로 정도나 경쟁력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추석과 설 등 명절 선물용으로 인기가 좋은 홍로는 알이 굵은 경남 거창과 전북 무주 사과를 최고로 꼽는다. 강원 지역에서 나는 홍로는 추석 이후 부사가 본격적으로 수확되기 직전까지 맛이 좋다.

청송군은 1994년 ‘청송사과’ 상표등록, 2007년 지리적 표시제 등록, 2008년 농산물우수관리제도(GAP) 재배단지 조성에 이어, 최근엔 '청송사과 3.0'을 준비 중이다. 청송군은 품종 다변화를 위한 ‘황금진(시나노골드)’ 상표 등록과 시설 현대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황금진 브랜드를 달고 나온 시나노골드의 경우 수확 시기가 부사보다 보름가량 앞서고 달콤새콤한 맛까지 더해져 최근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윤경희 청송군수는 "앞으로 청송사과의 명성을 더 높이기 위해 재배기술 지원과 유통망 혁신, 브랜드 가치 제고 등에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한 농민이 리프트에 올라탄 채 청송사과를 수확하고 있다. 청송군 제공

한 농민이 리프트에 올라탄 채 청송사과를 수확하고 있다. 청송군 제공


청송= 정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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