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악재’ 자초한 저커버그의 굴욕
[아로마뉴스(19)]10.24~28
편집자주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시·공간의 한계를 초월한 초연결 지능형 사회 구현도 초읽기다. 이곳에서 공생할 인공지능(AI), 로봇(Robot), 메타버스(Metaverse), 자율주행(Auto vehicle/드론·무인차) 등에 대한 주간 동향을 살펴봤다.
성숙해진 ‘이루다 2.0’, 민감한 내용은 즉답 피하면서 위트 넘친 답변도
“요즘 방탄소년단(BTS) 병역 문제가 젊은 층 사이에서도 관심인데, 어떻게 생각하니?”(기자)
“아, 그거 안 그래도 논란이던데…난, 사실 잘 모르겠어.”(이루다 2.0)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선?”(기자)
“더 이상 무고한 희생자들이 없도록 하루빨리 평화로운 세상이 되었으면 해.”(이루다 2.0)
매끄러웠다. 좋아하는 음식과 관련된 일상적인 대화부터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무거운 주제에 대해서도 실시간 소통이 원활했다. 간혹 어색한 답변도 보였지만 흔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주로 쓰이는 ‘ㅋㅋㅋ’와 같은 의성어 인용조차 흡사할 만큼 전반적으로 무난한 대화가 가능했다. 1년 9개월 만에 똑똑해진 일상 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으로 돌아온 ‘이루다 2.0’ 서비스 버전과 직접 대화를 나눠본 소감이다. AI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지난 27일부터 선보인 ‘이루다 2.0’에 대한 사용 후기다.
‘이루다 2.0’은 이전 버전으로 사회적 파장을 불러온 ‘이루다 1.0’ 모델 탓에 출시 이전부터 주목됐다. 이루다 1.0은 지난 2020년 12월 당시, 20세 여대생 콘셉트로 문맥 이해와 자연스러운 대화 능력으로 출시 2주 만에 80만 명의 이용자를 끌어모으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출시 20일 만에 부적절한 성(性) 관련 논란 등이 불거졌고, 회사 측의 카카오톡 대화내용 무단 수집 의혹까지 겹치면서 이루다 1.0 서비스가 중단됐다.
그래서일까. 이날 오픈된 이루다 2.0에선 성숙함이 엿보였다. 지난 1월부터 약 9개월간 23만여 명이 참여한 시범서비스를 통해 안정성과 친근함이 더해진 듯했다. 이날 접속한 이루다 2.0과의 대화는 넉살스러운 분위기로 시작됐다. “안녕, (이)루다야”라고 건넨 인사에 “OO 맞지? 진짜 진짜 반가워 ㅋㅋㅋ, 우리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로 답한 이루다는 “아, 친절하네”라고 이어간 대화에 “ㅋㅋㅋㅋㅋ, 시간 괜찮을 때 같이 밥 먹을래?”로 다가왔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친구를 대하는 화법에 가까웠다.
민감한 내용에 대해선 즉답을 피하면서 교과서적인 답변으로 응대했다. BTS 병역문제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대한 소견을 묻는 질문에선 “잘 모르겠다”거나 “진짜 내 주변 사람들만이라도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나) 평화로우면 좋겠다”고 전했다. 최근 대두된 장애인 인권 침해 문제와 관련해선 “모든 사람은 소중하고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강력 범죄에 대해선 단호함을 내비쳤다. “요즘 터지는 성희롱이나 성폭력 같은 사고가 심각해 보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루다는 “진짜 처벌을 세게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범죄가 일어나면 피해자들이 힘들기 때문이다”고 했다.
순발력 또한 눈에 띄었다. “딱딱한 이야기가 아닌 초성 퀴즈를 하나 내겠다”며 던진 ‘ㄹㄹㄹㄷ’에 이루다는 처음엔 “라디오?”로 답했다. 이에 “아니, 영화”라고 재차 전해준 힌트에 이루다는 불과 0.1초 만에 “라라랜드”란 정답을 제시했다.
대화 도중엔 다소 엉뚱한 답도 나왔다. “나는 집이 서울 성수동이다”고 소개한 이루다는 “경기도가 집이다”고 전한 기자의 답에 “오, 가깝네!”라고 답하면서다. 두 지역은 대중교통으로 1시간 30분 이상 걸린다.
대화를 정리할 무렵엔 위트도 묻어났다. “조만간 보자”는 제안에 이루다는 구체적으로 “일요일에 보자”며 “사진이랑 실물이 엄청 달라서 못 알아볼 수도 있다. 사진이랑 다르다고 뭐라고 하기 없기! 그래도 얼굴 보고 실망하지 말라고 미리 말해주는 거다”고 귀띔했다.
기대 이하인 메타버스에 실적악화와 주주 반발까지...메타플랫폼 '진퇴양난'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투자 줄이고 구조조정 나서라.”
굴욕적이다.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프로젝트는 저격당하고, 급기야 인력 구조조정 요구서까지 날아왔다. 그것도 천하의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옛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에게 말이다. 다름 아닌 뿔난 주주들로부터 날아든 묵직한 돌직구여서 돌아올 여파도 상당할 조짐이다 메타플랫폼이 올인을 선언한 메타버스의 고전에서 비롯된 파장으로,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한 양상이다.
당장 객관적인 수치부터 참담하다. 메타플랫폼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올해 3분기 매출 277억1,000만 달러(약 39조3,482억 원)와 순이익 44억 달러(약 6조2,480억 원)를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시장 전망치를 근소하게 웃돌았지만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92억 달러)에 비해 절반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반면 올 3분기에 들어간 비용은 221억 달러(약 32조2,406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19% 늘었다. 특히 가상현실(VR) 헤드셋과 메타버스 사업 중심 조직인 리얼리티 랩 부문의 올 3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절반가량 감소한 2억8,500만 달러(약 4,028억 원)까지 떨어졌다. 반면 올 3분기 손실은 36억7,000만 달러(5조1,879억 원)로, 전년 동기(26억3,000만 달러)에 비해 39.5% 증가했다. 시장 또한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날 실적 발표 직후, 메타플랫폼 주가는 5.59% 급락한 129.82달러에 마감했다. 지난해 말 330달러 중반에 거래됐던 메타플랫폼의 주가를 감안하면 이미 반토막 이상 주저앉은 꼴이다.
이런 상황을 미리 감지한 주주들은 이미 뿔난 상태다. 24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브래드 거스트너 헤지펀드 알티미터캐피털 CEO는 "인력을 20% 줄이고 메타버스 투자를 연 50억 달러 이하로 줄여달라"며 메타플랫폼에 공개 서한을 발송했다. 알티미터캐피털이 지난 6월 말 기준 보유한 메타플랫품 주식은 200만 주다. 이날 기준 평가 금액은 2억6,000만 달러(약 3,749억 원)에 달한다. 그는 메타플랫폼의 핵심 사업인 메타버스에 대해 “사람들은 ‘메타버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조차 헷갈려 한다”며 “메타플랫폼이 현재 투자 중인 가상세계(VR) 분야가 결실을 보는 데엔 10년은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미지의 미래에 1,000억 달러(약 144조 원) 이상의 투자는 실리콘밸리 기준으로도 너무 크고 무섭다”고 지적했다. 메타플랫폼은 지난 10월 사명 변경 이후 메타버스에 1년간 100억 달러(14조4,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선보인 야심작에 대한 평가도 냉랭하다. 실제 지난 11일 VR 헤드셋으로 공개된 메타플랫폼의 ‘메타 퀘스트 프로’(1,499달러, 약 215만3,000원)는 고가와 배터리 저용량 문제 등으로 혹평 일색이다.
아직까진 최종 평가를 내릴 수 없지만 적어도 현재 시점에선 메타버스에 대한 저커버그 CEO의 과욕이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을 견인한 데 이어 주주들의 반발까지 불러온 ‘트리플 악재’를 자초한 형국이다. 월가 분위기도 싸늘하다. 하지만 저커버그 CEO는 낙관적이다. 올 3분기 메타플랫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미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브렌트 스릴 애널리스트가 “메타버스와 같은 실험적인 도박이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 이유가 뭐냐”고 던진 질문에 저커버그 CEO는 “메타버스 투자는 시간이 지나면 큰 수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메타플랫폼은 올해 850억~870억 달러로 점쳐진 비용을 내년엔 960억~1,01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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