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불교신도연합회 초대 연합회장 취임
"선대 유산 보전하기 위해 노력할 것"
"절은 신앙의 터전이기에 앞서 모두가 아끼고 보존해야 할 선조의 문화유산입니다. 하지만 스님들의 고령화로 인력이 부족해 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습니다. 노인일자리사업의 일환으로 사찰 등 문화재관리를 시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교통편만 지원된다면 노인분들께는 마음수양과 노동,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후대를 위해 문화재를 관리한다는 자긍심은 덤이죠. 사찰과 문화재의 지속 가능한 보전을 위해 우리 모두의 관심이 절실한 때입니다."
지난 7월 갓 개원한 경북 구미시의회 의정활동만으로 정신없던 장미경(54) 구미시의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구미불교사암연합회 회장이자 문수사 주지인 월담스님이었다. 스님은 어렵게 입을 뗐다. 새롭게 시작하는 구미불교신도연합회 신도회장으로 추대됐으니 자리를 맡아달라는 얘기였다. 절을 자주 오가다 보니 젊은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많다는 생각도 강하게 들던 차였다. 스님의 권유에 의욕이 불끈 솟았다. 구미 전체 불교신도들을 대표하는 자리인 만큼 부담이 컸지만 그는 이내 수락했다. 그렇게 그는 지난 9월27일 구미불교신도연합회 초대 신도연합회장으로 취임했다.
작은 일부터 차근차근
장 의원이 대둔사를 자주 찾게 된 것은 주지인 진오스님의 역할이 컸다. "한창 일에 대한 스트레가 많을 때였어요. 어느 장애인 행사에서 만나게 된 진오스님께서 언제 차 한 잔 하러 절에 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차를 나누며 스님과 대화를 하는데 속에 꽉 막혀 있던 것이 ‘뻥’하고 뚫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부터 자주 찾아뵈며 절과도 친해지고 장애인이나 외국인 노동자 등 도움이 필요한 곳에 대해서도 깊이 알 수 있었어요."
속세와 떨어진 듯한 평온한 느낌이 좋아 대둔사의 문턱을 넘나들다 보니 자꾸 눈에 밟히는 곳들이 늘어갔다. 2017년에 국가 보물로 지정된 대둔사였지만 돌계단이 파손되고 화단도 방치되는 등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많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둔사의 자체 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절을 운영하는 스님들뿐 아니라 봉사하는 신도들도 나이가 많아 거동이 불편해 몸을 쓰는 일을 하기가 어려웠다. 더욱이 산꼭대기에 있어 자가용 없이는 접근이 어려운 대둔사의 위치도 한 몫했다.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곳들을 볼 때마다 우리가 선대로부터 이어받은 곳을 잘 관리해 후대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샘솟더라고요. 절을 돌보는 일이 곧 제 마음을 돌보는 일이라 생각해 작은 것부터 하나씩 제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그는 법당 청소를 시작으로 돌계단과 화단 등을 정비하는데 앞장섰다. 한 겨울에는 대둔사의 수도관이 얼어붙어 외부업자들을 불러 함께 수리작업도 진행했다.
"모두가 복(福)을 지을 수 있는 장(場) 마련할 것"
신도연합회장 취임 후 장 의원의 하루는 눈코 뜰 새 없이 지나갔다. 특히 각종 야외 행사로 10월은 일정이 빡빡했다.
"불교에서는 '복을 지으세요'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진정한 복은 나의 행복보다는 내 손길이 타인의 행복에 보탬이 될 때 실현되죠. 연합회장으로서 신도들이 복을 자주. 많이 지을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복을 짓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그는 정기적인 걷기모임과 자선파크골프대회 등을 준비 중이다. 축제의 장이 마련돼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면 그들의 작은 손길들이 모여 누군가에게 큰 행복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가장 기대가 큰 것은 걷기모임입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마음에 쌓인 상처들이 많습니다. 이제부터는 치유의 시간들이 필요합니다. 도개면에 있는 신라불교초전지를 시작으로 구미 곳곳에는 걷기 좋은 길이 많습니다. 그 길을 걸으며 내 마음을 다스리고 나아가 주변 사람들도 도울 수 있는 모임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음악회 수익금으로 형편이 어려운 외국인 노동자의 수술비를 지원하기도 했던 그는 앞으로 구미시민의 문화행사를 열어 소년·소녀가장과 학교 밖 청소년 등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도울 계획이다.
호국불교 정신 되살리기 위해 사찰들에게 지원 절실
신라불교의 발상지가 구미시 도개면에 있는 만큼 지역에는 1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사찰들이 있다. 하지만 사찰 대부분이 힘겹게 운영되고 있다. 출가하는 스님의 수도 적을뿐더러 신도들 역시 고령화가 심각하다. 타 종교에 비해 청년층의 유입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교건축물 대부분이 목조건물인 만큼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꾸준한 관리는 필수다. 장 의원은 우리 민족 특유의 품앗이 문화를 살려 규모가 작은 사찰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어떤 작은 암자에는 주지스님 한 분만 계시는 곳도 있습니다. 결국 스님이 하시는 일이 우리 문화재를 가꾸고 보존하는 일입니다. 스님들이 계시지 않는다면 나중에는 국가공무원이 그곳을 관리해야 할 수도 있어요. 국가 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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