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비통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정말 막을 수 없었나

입력
2022.10.31 04:30
27면
0 0


비좁은 골목서 도미노처럼 인파 쓰러져
지자체 준비 소홀, 경찰·소방 100여 명뿐
신속한 사고 수습 후 재발방지책 마련을

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의료진과 경찰, 소방대원들이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한 지역을 수습하고 있다. 뉴스1

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의료진과 경찰, 소방대원들이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한 지역을 수습하고 있다. 뉴스1

29일 밤 10시 15분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일어나 150여 명이 숨지고 130여 명이 다쳤다. 2014년 304명이 사망한 세월호 참사 이래 인명 피해가 가장 큰 안전사고다. 압사 사고로 한정해도 1992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사고(1명 사망), 2005년 경북 상주시민운동장 사고(11명 사망) 등을 압도한다.

참사는 핼러윈(31일)을 앞두고 이태원 일대에서 행사를 즐기던 인파가 폭이 3m 남짓한 비좁고 경사진 골목에 밀집해 발생했다. 발 디딜 틈도 없는 공간에서 사람들이 순식간에 겹쳐 넘어지면서 구조가 늦어졌다. 목격자들은 "살려달라는 울음소리가 빗발쳤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고 전했다. 희생자 대부분은 20, 30대 젊은이였다. 사망자의 명복과 부상자의 쾌유를 빌고, 유족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정부는 다음 달 5일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하고 서울 시내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관공서엔 조기가 게양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나선 안 될 비극과 참사가 발생했다"며 "정말 참담하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은 이 비극적인 시기에 한국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전 세계 정상들도 위로 성명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사고 수습과 후속 조치에 두겠다"고 했다. 국무총리가 본부장을 맡은 사고수습본부는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유족과 부상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20명 안팎인 외국인 사망자 지원은 해당국 재외공관과 협의한다. 여야도 "사고 수습과 사상자 대책에 최선을 다하겠다"(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정부의 노력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이재명 민주당 대표)고 한목소리를 냈다.

국가적 애도와 더불어 신속한 사태 수습이 급선무다. 특히 수도권 59개 병원에 분산 안치된 사망자 신원 확인부터 속히 완료해야 한다. 사망자 가운데 주민등록 대상 연령(만 17세)에 도달하지 않은 청소년이 여럿이라 그렇다지만, 실종 신고가 4,000건이 넘게 쇄도할 만큼 불안이 큰 상황임을 유념해야 한다. 사고 현장 사진이나 영상, 행사 참석자에 대한 혐오 표현을 무분별하게 퍼뜨리는 일도 자제해야 마땅하다.

아울러 당국의 사고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정부는 사고 발생 직후 윤 대통령이 두 차례 긴급 지시를 내린 뒤 긴급점검회의와 중대본 회의를 잇따라 주재했고, 소방당국 역시 소방대응 3단계를 즉각 발령해 가용 자원을 총동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내외국인 수백 명이 죽거나 다친 후진국형 참사가 벌어진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외신들은 당장 이달 초 132명이 숨진 인도네시아 축구경기장 압사 사고와 비교하고 있다.

당국이 사고예방 노력을 다했는지도 따져야 한다. 올해 이태원 핼러윈 행사는 3년 만에 '노마스크'로 치러져 10만 명 이상의 대규모 인원이 몰릴 거라고 예측됐지만 관할 지자체인 용산구와 서울시는 그에 걸맞은 안전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현행 매뉴얼은 주최기관이 명확한 행사에만 적용하게 돼 있다는 것이다. 본보가 입수한 소방당국 문건에 따르면 당일 현장에 배치됐던 소방대원은 12명뿐이었고 그것도 밤 10시까지 대로변 위주로 순찰한 게 전부였다. 경찰 인력도 130여 명뿐이었다. 인원이 적은 데다 별다른 질서유지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현장 증언이 적지 않다. 이런데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그 전과 비교해 특별히 많은 인파가 몰리지 않았고,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논란을 키웠다.

재발방지책도 시급하다. 대형 행사에선 밀폐된 공간에 다수가 밀집하는 일이 없도록 사전 준비나 행사 진행 과정에 정교한 안전관리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 사후약방문일지라도 속히 정비해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급증하는 대중 행사에 대비할 수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