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밤 15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이태원 사고 당시 쓰러져 깔린 희생자들뿐 아니라 일부는 서 있는 상태에서 압사해 숨졌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이 같은 비극이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환경이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쓰러지지 않고도 압사했을 가능성은 30일 이태원 참사 관련 사진이 보도되며 제기됐다. 사진상 폭 3m인 골목 앞쪽에서 쓰러진 사람들에 비해 희생자가 많은 점, 경사가 있는 해당 골목에 돌출된 벽이 있는 점, 현장에 있었던 이들의 직간접 전언, 골절이나 내장 파열 등 외상이 없는 사망자 발생 등이 추정의 근거다.
의학계에 따르면 내리막길에서 앞이 벽 등으로 막혀 있다면 쓰러져 깔린 것처럼 미끄러지듯이 눌리게 된다. 평지라면 어느 정도 자기 몸을 통제할 수 있어 팔꿈치 등으로 공간 확보가 가능해도 내리막길에서는 위에서 가해지는 하중이 워낙 커 신체 제어가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관계자는 "서 있는 상태에서 압사할 수 있고 골목길 현장 사진을 보면 서 있는 중에 압사당한 사례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서 있는 상태에서 압박에 의한 질식사는 만원 지하철에서도 벌어진다. 대규모 인파가 몰린 콘서트장, 경기장 등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고 한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한 '압좌증후군'은 이번 비극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파악됐다. 압좌증후군은 공사 현장에서 기계나 무거운 물건에 다리 등 신체 일부가 깔려 근육세포가 손상되고, 여기서 발생한 독성 물질이 인체로 퍼지면서 나타나는 질환이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희생자 대부분 입술이 퍼렇게 변했고, 얼굴에 청색증이 생겼다고 한다. 이는 강한 흉부 압박으로 인해 혈류가 돌지 않는 전형적인 외상성 질식이다.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서울대병원 등에서 초기 심정지 환자를 검사한 결과, 골절이나 내장 파열 등 외상이 없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는 엄청난 하중으로 깔리지 않았지만 질식해서 사망했다는 것"이라며 서 있는 상태에서의 압사 가능성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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