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참사 신고 29일 오후 10시 15분
교통공사 "경찰, 오후 11시 11분 요청"
경찰 "26일에도 요청했다" 책임 공방
154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참사 사태를 키운 원인으로 '지하철역 무정차 통과'도 지목된다. 도심의 대규모 집회나 행사 때 과도하게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막는 방법이지만, 이태원 참사 때는 무정차 통과가 없었다.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은 '네 탓' 공방을 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한국일보 통화에서 "서울 용산경찰서 상황실에서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11분에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를 요청했다"며 "무정차 통과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해 요청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사고 당일 현장에선 오후 10시 15분 최초 신고가 접수됐다. 교통공사 설명대로라면 사고가 터진 뒤 1시간이 지난 뒤에야 경찰에서 무정차 통과를 요청했다는 얘기다. 이태원역 관계자는 "사람들이 모이고 있을 때 무정차 통과를 요청했어야 하지만, 경찰은 사건 발생 뒤에 요청했다"고 했다. 실제 한국일보가 확보한 이태원역 업무일지에는 29일 '23시 11분 용산경찰서 상황실에서 무정차 통과 유선 요청'이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경찰 주장은 다르다. 용산경찰서는 교통공사 주장에 대해 "지난달 29일 오후 9시 38분쯤 전화로 무정차 통과를 요청했으나 교통공사 관계자가 승하차 인원이 예년과 차이가 없다는 이유로 정상 운영했다"고 반박했다. 경찰은 "지난달 26일 열린 관계기관 간담회에서도 교통공사 관계자에게 다중인파 운집시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를 적극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그간 핼러윈 때 이태원역을 무정차 운행한 사례는 없으나 필요시 현장에서 조치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두 기관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양측 모두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지하철역 무정차 통과는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의 사전 협의를 거쳐 진행된다는 게 공사 측 설명이다. 지난달 8일 서울 여의도 불꽃축제도 한 달간의 협의를 거쳐 행사 하루 전날 무정차 통과 계획이 확정됐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당일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이용객은 총 13만131명(승차 4만8,558명·하차 8만1,573명)에 달했다. 3년 전 핼러윈을 앞둔 토요일(2019년 10월 26일)보다 3만4,000명이 많았다. 더구나 참사가 발생한 골목은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이라, 지하철이 무정차 통과했다면 통행 인원이 줄어들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도 내규를 근거로 무정차 통과를 결정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교통공사 관제업무내규 제62조와 영업사업소 및 역 업무 운영 예규 제37조에 따르면, 운전관제와 역장이 승객폭주, 소요사태, 이례 상황 발생 등 승객 안전이 우려될 경우 종합관제센터에 보고해 해당역을 무정차 통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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