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본부장 김성호 행안 차관 발언 구설
이상민 장관 거듭 궤변... 결국 '유감' 표명
서울 이태원 참사와 관련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과 차관의 발언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사고 이튿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사고 현장에 경찰이나 소방 인력의 사전 배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공분을 산데 이어, 그 다음날인 31일 첫 언론 브리핑에 나선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차관)은 기자들의 질문을 거부하는 듯한 발언으로 비판받았다.
정부는 이날 오전 11시 정부세종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행안부, 보건복지부, 외교부, 인사혁신처, 경찰청, 소방청 등 관계부처 담당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을 열고 정부 대처 상황과 유가족 및 부상자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사고 이후 첫 중대본 차원의 브리핑이었던 만큼 언론 관심은 높았다. 김성호 행안부 차관이 이끄는 중대본은 범정부 재난대응 최고기구다. 행안부는 전날 중대본의 언론 브리핑을 예고했고, 이날 브리핑 시작 약 1시간 반 전부터 출입 기자단 단체대화방을 통해 사전 질문 15개를 받았다.
브리핑은 부실했다. 안전 인력 배치로 사고를 막을 수 없었다는 장관 발언에 대한 정부 입장 재확인, 현장 동선과 도로통제가 안 된 이유, 사상자 집계 오류 문제, 시신 연고지 병원 이송 여부, ‘토끼 머리띠를 한 사람이 처음 밀기 시작했다’는 소문의 진위, 2019년 이전 이태원 핼러윈 축제 당시 통제 상황 및 인파 추이 외 10개가량의 질문이 있었지만, 절반도 안되는 질문만 받은 뒤 브리핑을 종료하려 했다. 당초 예정된 브리핑 시간 20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7분이 흐른 시점이었다.
사전 질문이 제대로 전달 안 됐다는 현장 항의에 김 차관과 배석자들이 단상에 다시 정렬하면서 브리핑은 이어졌지만, 답변은 부실투성이였다.
교통통제가 안 된 이유를 묻는 대목에선 국토부 관계자가 배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답변이 안 이뤄졌고, 사고 당일 질서 유지 경찰 인력 숫자에 대한 질의에서는 "처음 듣는 소리다", “실은 수사부서에서 근무하기 때문에…”라는 이유로 설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문제도 이 과정에서 발생했다. 부실한 답변에 항의가 잇따랐고, 이에 브리핑 사회자가 “오늘 이 자리에서 답하지 못한 내용은 서면으로 드리겠다”고 하자 김성호 차관이 사회자에게 “질문하면 다 소화를 해야 건가요?”라고 따지듯 물었다. 정부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질문은 받지 않겠다는 취지로 들렸다.
현장 기자들은 술렁거렸고, 김 차관의 발언에 기자들이 귀를 의심하는 분위기가 연출되자 사회자는 재빨리 김 차관에게 “시간 되는 데까지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사태 이후 첫 언론 브리핑인데, 굉장히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말했다.
재난대응 주무부처인 행안부의 차관뿐만 아니다. 앞서 이상민 장관은 30일 중대본 회의를 마치고 연 긴급 브리핑에서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을 하고 있다”며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여러 가지 소요와 시위가 있었기 때문에 경찰 경비병력이 분산됐던 측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자리에서도 “경찰·소방 인력 배치 부족이 사고의 원인이었는지 의문이 든다”고 거듭 밝혀 논란을 키웠고, 문제가 되자 이날 오후 행안부 문자메시지 공지를 통해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국민들께서 염려하실 수도 있는 발언을 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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