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참사' 직후 비공개 여론 동향 분석 문건
경찰청 "법 따라 정보 수집... SNS 글 참고 작성"
경찰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틀 뒤 시민단체와 여론의 동향 정보를 수집해 문건으로 정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문건에는 이번 사고를 세월호 참사와 비교하며 정부 책임론이 확대될 수 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2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달 31일 '정책 참고 자료'라는 제목의 비공개 문건을 제작했다.
문건 내용은 여론 동향 파악이 대부분으로, 경찰은 정부에 비판적인 진보단체에 대해 "세월호 '사고' 당시 정부 대응 미비점을 상기시키는 등 정부 성토 여론 형성에 주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경근 전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공유하며 정부 비판에 나선 전국민중행동 측을 두고 "(이태원 참사를) 제2의 세월호 참사로 규정해 정부를 압박한다는 계획"이라고 분석했다. 유 전 위원장은 SNS에 올린 글에서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던 참사"라며 시민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정부 책임은 무한대"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여론' 분석 대목에서도 "트위터·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과거 핼러윈 대응 사례와 비교해 정부 조처가 부족했다는 주장이 점증하고 있다"며 "다만 정치 성향에 따라 커뮤니티에서 사고 원인에 대해 각 진영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려고 한다"고 판단했다.
'고위공직자의 부적절한 언행·처신 철저히' 대목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논란 행적처럼 (윤석열 대통령의) 집무실 이전에 따른 관저 문제와 연계해 미흡점을 찾으려는 시도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찰은 '이태원 참사'가 정부의 여성정책 비판에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사망자 중 여성이 97명이고 남성이 54명으로 알려진다"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성명 내용에 대해, 경찰은 "추후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정부의 반(反)여성정책 비판에 활용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고 적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르면 공공 안전과 질서 유지에 관한 정보 수집을 하도록 돼있고, 정책 정보를 유관기관에 공유해 참고하도록 할 수 있다"며 "단체 동향은 개별 접촉한 적은 없고 활동가 SNS 등 내용을 참고했다"고 해명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