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비질런트 스톰'에 외무성 담화
"군 당국 아니지만 태도 변화는 아냐
ICBM 시험발사 후 핵실험 고민할 듯"
북한이 한미 대규모 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강화된 다음단계 조치" 위협으로 응수했다. 군용기 위협 비행과 해상완충구역 내 포병사격,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발사 등 최근 잇단 도발에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달 31일 대변인 담화에서 "남조선 전역에서 대규모 야외기동훈련인 '호국연습'이 진행된 데 이어 불과 며칠 만에 역대 최대 규모의 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이 시작됐다"며 "세계 어디에서도 (이처럼) 침략적 성격이 명백한 군사훈련을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비질런트 스톰 훈련이 시작된 당일 곧바로 반응을 내놓은 것이다. 미군은 이번 훈련에서 최첨단 스텔스전투기 F-35B를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 전개하는 등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강력한 억제력을 선보이고 있다.
외무성은 이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반대하는 미국의 핵전쟁 각본이 마지막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긴장 고조의 책임을 미국에 떠넘겼다. 이어 "우리는 필요한 모든 조치들을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미국이 계속 엄중한 군사적 도발을 가해오는 경우 보다 강화된 다음단계 조치들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은 9월 말부터 한미의 각종 훈련 도중이나 직후에 도발을 감행한 뒤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를 통해 '한미 훈련에 대한 응당한 조치'라고 주장하는 패턴을 보여왔다. 이번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비질런트 스톰 훈련을 앞두고 지난달 28일 SRBM을 발사하긴 했지만, 훈련 시작 후 군이 전면에 나서기보다 외무성 대변인 담화 형식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미국을 향한 정치적 메시지 발신에 무게를 실었다고 볼 여지가 큰 대목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보를 '수위 조절'이나 '외교적 의지 표명'으로까지 해석하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그보다는 '강화된 조치'를 이미 준비해두고 명분을 쌓는 의미가 크다는 이야기다. 최근 ICBM 개발의 주요 거점인 북한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건물 증축 등의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1일 "결국 7차 핵실험, 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판단된다"며 "전략적 도발을 한 차례가 아닌 연속적, 동시적으로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고강도 도발을 감행한다면 5월 25일 이후 5개월여 만에 ICBM 시험발사를 재개하고, 이후 핵실험을 위한 최적의 시기를 고민할 가능성이 크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ICBM 발사 후 미국의 반응을 봐가며 핵실험 여부 및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며 "ICBM 발사 후 정치국회의를 소집한다면 핵실험 임박성을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확고한 대북 억제태세를 강조하는 한편, 북한에 거듭 대화를 촉구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한반도 긴장고조의 원인을 오도하고 있으나 정부는 현 정세가 북한의 무모한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한다"며 "북한이 도발을 멈추고 우리가 제안한 담대한 구상에 호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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