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10억 달러 지원 이후 통화
젤렌스키, 추가 무기 지원만 요구
바이든 "미국에 고마움 먼저 표해야"
미국, 2월 이후 8개월간 25조원 지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거칠게 화를 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미국의 ‘물심양면’ 지원에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감사 인사를 하기는커녕 더 많은 요구만 쏟아내자 노골적으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NBC방송이 4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ㆍ자금 패키지 지원을 하기로 결정할 때마다 두 정상은 전화로 대화를 나눴다. 6월 15일 미국은 10억 달러(약 1조4,200억 원)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155㎜ 곡사포 18문과 포탄 3만6,000발, 곡사포 견인용 전술 차량 18대, 하푼 해안방어미사일 시스템 2기 등이 포함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소식을 전하기 위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이야기를 마치기도 전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돌연 말을 끊었다. 그러고는 러시아군에 비해 화력이 열세라고 호소하며 미국에서 지원받지 못한 무기 목록을 열거하기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인들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상당히 관대했고 정부와 군도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요구부터 하기 전에 미국에 고마움부터 표시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한 소식통이 “바이든이 당시 이성을 잃었다”고 표현할 정도로 그는 잔뜩 격앙돼 있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바이든이 ‘배은망덕(Over ingratitude)’한 젤렌스키에게 화를 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한 바이든 대통령의 분노가 차곡차곡 쌓였다가 이날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이 서방 동맹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도운 것을 젤렌스키 대통령이 고마워하지 않는 것에 바이든 대통령이 격분했다는 것이다. NBC는 “젤렌스키는 미국과 서방의 무기 지원이 너무 느리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미국 고마워요" 영상 올려 '신속 진화'
당시 전쟁 장기화로 미국에서도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 목소리가 고개를 들던 터라 바이든 대통령이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현재까지 약 179억 달러(약 25조5,8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했지만, 출구는 내내 보이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깊은 고민을 알리기 위해 백악관이 4개월여 만에 통화 내용을 의도적으로 흘린 것일 수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역정을 낸 이후 우크라이나는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곧바로 미국에 감사를 표시하는 동영상을 온라인상에 공개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우리의 약속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성명을 내고 화답하며 갈등은 일단 봉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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