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대한체육회 후원 요트대회
참사 다음날 서울 한강변에서 열려
국가애도기간인데... "부적절" 지적
대한체육회 산하 대한요트협회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바로 다음 날(10월 30일)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요트대회’를 강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회 시작 시점은 156명의 참사 희생자 넋을 기리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5일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선포한 직후였다. 지방자치단체와 민간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는 상황에서 정부 부처 이름을 내건 행사를 계속 진행한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대한체육회 및 대한요트협회에 따르면 2022 문체부장관배 생활체육전국요트대회는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에 걸쳐 서울 광진구 뚝섬 한강에서 열렸다. 대회 주최는 대한요트협회, 주관은 서울시요트협회와 서울시윈드서핑연맹이었다. 문체부는 720만 원을 후원했다.
첫날 대회를 마친 날 밤 이태원 참사가 터졌다. 둘째 날 대회는 오전 10시부터 속개됐는데, 수백 명의 사상자가 나와 국민적 충격이 가장 컸을 때였다. 대회 시작 직전인 오전 9시 50분쯤 윤 대통령의 국가애도기간 선포도 있었다.
이에 참가자 다수가 자발적으로 출전을 포기했다. 첫날 대회만 참여하고 둘째 날은 나가지 않은 서울시윈드서핑연맹 회원 고영암(59)씨는 “나처럼 출전을 포기한 사람이 10명 이상”이라며 “국가적 비극 앞에 왜 굳이 대회를 강행해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시민 이수연(27)씨도 “개인 서핑까지 막을 순 없겠지만 민간행사도 다 취소하는 와중에 정부 이름이 박힌 행사를 그대로 진행한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요트협회는 문체부가 행사 취소와 관련해 별도 지침을 주지 않아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국가애도기간 선포 사실을 몰랐고, 사고를 감안해 대회를 최대한 신속히 종료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경기 장소인 서울 한강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다녔는데, 평소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만큼 시민들이 대회 개최를 부적절하게 여긴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문체부 역시 “참사를 고려해 시상식에서 박수를 치지 않고 상장만 전달하는 식으로 간소화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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