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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끝내고 싶겠지만 그리 안 될 것" 세월호 유족이 정부에 건네는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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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끝내고 싶겠지만 그리 안 될 것" 세월호 유족이 정부에 건네는 조언

입력
2022.11.02 17:40
수정
2022.11.0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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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유경근씨, 참사 피해자 공간 마련 촉구
"모든 결정 피해자와 먼저, 분향소 설치 동의 구했나"
"유가족, 생존자 외 구조 참여자들 트라우마 치료해야"

"정부는 어떻게든 무마하고 축소하고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 당연히 들 텐데 절대 그렇게 안 될 것입니다. "

세월호 유가족 유경근씨, 2일 TBS 라디오 인터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회원들이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회원들이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세월호 유가족으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을 지냈던 유경근씨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자들을 위한 최우선 대책으로 함께 아픔을 나누고 치유할 공간을 마련해줄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트라우마의 고통을 초기에 치유하지 못한다면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를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다. 철저한 진상규명 작업과 함께 슬퍼하고, 고통을 나누고, 연대하는 것만이 이태원 참사를 지혜롭게 수습해나가는 첫걸음이란 조언이다.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이태원참사 트라우마 관리를 위한 제언'의 글을 올린 유씨는 정부를 향해 몇 가지 제언을 내놨다. 가장 시급한 건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자들이 안정적으로 모여 함께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이다.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의 마음을 먼저 헤아린 유씨는 "지금 유가족들은 요구하고 싶고, 울고 싶은데 못하고 계시다. 자칫 내가 말 한마디 잘못하면, 잘못 소리치면, 떠나 보낸 우리 아이들이나 가족들한테 누가 되지 않을까, 사람들이 더 이상하게 이야기해서 마음이 아프지 않을까 이런 걱정 때문에 속으로 삭이고 계실 것이다. 그냥 놔두면 정말 큰 병이 된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정부 입장에서도 (이 같은 공간은) 참사를 수습해 나가는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고, (서로 연대하는) 과정을 바라보며 시민들의 트라우마도 한결 순화가 되고 좀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태원 참사 피해자 함께 고통 나눌 공간 정부가 마련해야"

2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다목적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참사 유실물 보관소에서 희생자의 유품을 찾은 유가족이 슬픔에 잠겨 있다. 뉴스1

2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다목적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참사 유실물 보관소에서 희생자의 유품을 찾은 유가족이 슬픔에 잠겨 있다. 뉴스1

정부가 참사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서둘러 전국 곳곳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한 것을 두고도 유씨는 "유족들의 동의를 얻은 사안이냐"고 반문했다.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라 설치된 추모 공간의 공식 명칭은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다. 참사 대신 사고, 희생자 대신 사망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라는 행안부 지침에 따른 것이다. 분향소에 영정사진이나 위패 역시 찾아볼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유다.

유씨는 "분향소의 목적은 희생당한 분들을 진심으로 애도하고 추모하는 공간인데, 당연히 유가족들 뜻에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 피해자들의 화를 더 돋우고 시민들의 반발을 일으키면 어쩌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참사 피해자 지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피해자와 사전에 협의하고 결정하고, 그 결과도 가장 먼저 알리는 것이란 조언이다.

마지막으로 유씨는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자 이외에도, 참사 현장에서 구조와 수습 과정을 함께한 소방대원, 의료인, 주변 상인들, 시민들 모두의 트라우마 관리도 정부가 빼놓지 말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시신 수습 작업에 동참했던 민간 잠수사들이 트라우마로 일상생활에 힘겨워 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고통에 시달린 비극을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다.

유씨는 "트라우마는 치유되지 않고, 평생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 사회는 거듭된 참사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며 "이를 막아내는 것 또한 세월호 참사 이후, 이태원 참사 이후 '아직 살아 있는 우리'가 해내야 할 사명이자 책임 아니겠느냐"고 했다.


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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