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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경찰 책임론, '꼬리 자르기' 안 된다

입력
2022.11.03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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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튜브 영상에 포착된 용산경찰서 이태원파출소 소속 김백겸 경사. 이태원 참사 당일 현장 정리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한 유튜브 영상에 포착된 용산경찰서 이태원파출소 소속 김백겸 경사. 이태원 참사 당일 현장 정리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비판을 받고 있는 경찰이 2일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참사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경찰은 이태원파출소 근무자들에 대한 감찰도 강도 높게 진행하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112신고를 처리하는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며 현장책임론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지금 국민들은 사고 4시간 전부터 11건의 신고가 접수됐는데도 왜 경찰은 4번만 출동했는지에 분노한다. 그러나 책임 문제가 현장 경찰관들에게 집중돼서는 안 된다. 참사 당일 오후 6시부터 4시간 동안 이태원 일대 인파의 안전문제 신고가 11건 접수됐지만, 같은 시간대에 80건에 육박하는 각종 신고가 몰렸다. 20명 정도인 파출소 근무자들이 감당하기에 벅찬 측면이 있다.

부실 대응의 책임은 현장 대응에 손발이 묶여 있었던 파출소나 일선 경찰서 하위직이 아니라,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추가적 경찰력 동원 권한이 있는 경찰 지휘부의 몫이다. 경찰에 112신고가 접수되면 중요 사안의 경우 시ㆍ도경찰청 상황실 간부들에게 보고된다. 참사 당일 현장의 다급한 상황이 어디까지 보고됐는지, 이 보고가 묵살되지는 않았는지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참사 며칠 전 안전사고 우려를 담은 용산경찰서 내부 보고를 서울경찰청이 무시한 경위도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경찰 지휘부의 보고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참사 발생 1시간 21분 뒤에서야 사고 사실을 처음 인지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 보고가 아니라 행안부 직속기관인 중앙재난안전실 상황보고로 상황을 인지했다. 이 역시 사고 발생 후 1시간 이상 지난 시점이었다. 경찰 지휘부에서 왜 늑장보고가 이뤄졌고, 경찰과 소방의 공조체계는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경찰은 이날 용산경찰서장을 대기발령했다. 이 정도 '꼬리 자르기’식으로 경찰 책임론을 모면하려 하다가는 더 큰 비판이 뒤따를 것임을 유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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