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지난해 85명, 올해 137명 투입" 발표
세부 임무 파악해보니 오히려 작년이 많아
참가 인원은 올해가 두 배... 참사 원인 지적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골목에서 경찰 과학수사대원들이 압사 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뉴스1
경찰은 최근 지난달 29일 156명이 목숨을 잃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지난해 같은 행사와 비교할 때 투입된 경찰력이 절대 적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동원된 ‘경찰인력(경력) 임무’ 등을 꼼꼼히 따져보니 마약 단속 등 범죄 예방을 위해 배치된 수사 경찰을 제외하면 올해가 적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3일 한국일보가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21년 핼러윈데이 경찰 방역치안 대책’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핼러윈(10월 29~31일)축제 때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관광특구에 매일 215명의 경력이 투입됐다. 여기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거리두기 관리 등 방역치안(120명) 인원을 빼면 95명이 남는다. 이들은 단속지원(52명), 특별 예방순찰(20명), 교통단속(17명), 통역지원(6명)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95’라는 숫자는 앞선 경찰 발표와 배치된다. 경찰은 참사 초기 과거 핼러윈축제에 비해 경찰관을 적게 배치한 탓에 인파 통제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강하게 부인했다. 세부 수치도 증거로 제시했다. 올해는 137명, 지난해는 방역치안 인력을 뺀 85명이 투입됐다고 언론에 알렸다. 올해 투입 인원이 두 배 가까이 많은 만큼, 통제 인력이 부족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실제 2021년 투입 경력은 경찰 발표보다 10명 많았다. 경찰 관계자는 왜 수치가 다르냐는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올해 치안 담당을 위해 137명이 투입됐다는 경찰 측 입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137명 중 수사경찰이 54명(형사과 50명, 여성ㆍ청소년과 4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형사과와 여성ㆍ청소년 경찰관은 마약단속 및 불법촬영, 강제추행 등 범죄 단속을 주로 한다. 질서 유지와 관련이 없다. 전년 기준으로 순수하게 순찰 등을 하는 인원은 83명이었던 셈이다. 반면 지난해 95명 중 강력ㆍ형사과는 10명으로 질서 유지 인원은 85명이다.
핼러윈데이 이태원 경찰 배치 현황 비교. 그래픽=박구원 기자
고려해야 할 변수는 또 있다. 올해 축제 참가 인원이 지난해의 두 배가 훨씬 넘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2021년 핼러윈을 낀 토요일(10월 30일) 이태원역 승ㆍ하차 인원은 5만9,609명이었고, 올해는 218% 폭증한 13만131명에 달했다. 특히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일찌감치 대규모 인파가 점쳐졌던 상황이다.
절대적 수치로 봐도, 행사 참가 인원을 감안해도, 질서 유지에 투입된 경찰관들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사실이 참사의 주요 원인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서울경찰청이 책임 소재에 부담을 느껴 의도적으로 올해 경력에 수사형사를 포함시키는 부풀리기를 시도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한다. 정보업무에 종사하는 한 간부급 경찰관은 “올해 경찰관 수가 적으면 안 되니까 통계 착시를 주기 위해 고무줄 기준을 적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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