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을 코앞에 두고 한국 축구의 ‘에이스’ 손흥민(30·토트넘)이 안와골절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은 3일(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이 안와 골절로 수술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골절된 왼쪽 눈 부위를 안정시키기 위해 수술을 받을 예정”이라면서 “수술 뒤 손흥민은 구단 의무진과 함께 재활에 들어갈 것이다. 추가 사항은 적절한 시기에 알리겠다”고 전했다.
손흥민은 전날 마르세유(프랑스)를 상대로 치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전반 23분 공중볼 경합을 하다 상대팀 찬셀 음벰바의 어깨에 얼굴을 강하게 부딪쳐 쓰러졌다. 손흥민의 코에선 출혈이 발생했고, 코와 눈 주위가 크게 부어 올라 교체됐다.
한국 축구 대표팀 주장이자 간판 공격수인 손흥민이 카타르 월드컵 개막을 불과 17일 앞둔 시점에 수술을 결정하면서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안와 골절은 안구를 감싸고 있는 안와골이 충격에 의해 부러지는 것을 의미한다. 눈 주위의 뼈는 매우 얇고 섬세해 작은 충격에도 쉽게 손상된다. 안와 골절은 수술과 재활까지 4~6주 이상이 필요하다. 다만 단순 골절일 경우엔 회복 기간이 조금은 줄어들 수 있다.
손흥민의 부상은 토트넘뿐만 아니라 카타르 월드컵을 준비하는 한국 국가대표팀에도 치명적인 타격이다. 대한축구협회는 "토트넘 측과 전화로 구단 공식 발표 전 상황을 전달받았다"면서 "월드컵 출전 가능 여부는 수술 경과를 지켜보고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이 조기에 복귀해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다고 해도 그라운드에서 제대로 활약할 수 있을지 매우 불투명하다. 카타르 월드컵은 21일 오전 1시 카타르-에콰도르의 공식 개막전으로 시작한다. 지금으로서는 손흥민이 수술을 받은 뒤 회복하는 데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지만, 정상적인 몸 상태로 대회에 나서기에는 촉박한 상황이다.
카타르 월드컵 참가국은 최종명단을 오는 14일까지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출해야 한다. 수술 결과가 나와봐야겠지만 벤투 감독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채 일단 손흥민을 최종엔트리에 넣고 회복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있다.
2021~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23골로 공동 득점왕을 차지할 만큼 세계적 수준인 기량뿐만 아니라 대표팀 주장으로서 그 동안의 기여나 그라운드 안팎에서의 역할 등을 고려하면 손흥민은 벤투호에서는 '대체 불가능' 선수다. 이 때문에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도 "단 1분이라도 뛸 수 있는 여지만 있다면 벤투 감독도 손흥민을 카타르에 데려가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레 내다봤다.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케빈 데 브라이너(맨체스터 시티)는 첼시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에서 안와골절을 당한 적이 있다. 하지만 데 브라이너는 빠르게 회복해 3주 후 열린 유로 2020에 참가했다.
첼시의 레전드 수비수 존 테리도 2007년 9월 광대뼈 골절로 수술을 받았지만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일주일 만에 경기장에 복귀한 바 있다. 현재 강원FC 소속인 이정협도 2015년 8월 안면 복합 골절을 당한 뒤 마스크를 쓰면서 한 달 만에 복귀전을 치렀다.
벤투호는 월드컵 본선 개막을 3주 앞두고 부랴부랴 ‘플랜B’를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벤투 감독도 이런 상황을 대비해 손흥민 없는 전술을 가동한 바 있다. 올해 2월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 때 손흥민이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하자 황의조(올림피아코스)와 조규성(전북)을 동시에 가동한 투톱 전술로 효과를 봤다.
또 정우영(프라이부르크)를 선발로 올릴 가능성도 있다. 원톱 황의조(또는 조규성)를 두고 왼쪽에는 황희찬(울버햄튼), 중앙에는 정우영, 오른쪽에는 이재성(마인츠)을 포진시키는 시스템을 예상해볼 수 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벤투 감독은 아주 새로운 발탁을 하기보다는 현재의 틀에서 메우려고 들 것”이라며 “정우영을 선발로 기용해 그 동안 해왔던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조에서 한국을 상대하는 팀들도 손흥민의 부상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24일 한국과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르는 우루과이 매체 '엘옵저바도르'는 "손흥민의 카타르 월드컵 출전이 불투명해졌다"고 보도했고, 한국의 2차전 상대인 가나의 '가나풋볼웹'은 "손흥민의 부상은 한국에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조명했다.
한국과 12월3일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르는 포르투갈 매체 '아볼라'는 "손흥민은 한국 대표팀의 핵심이다. 만약 그가 월드컵에 뛰지 못하게 된다면 파울루 벤투 한국 대표팀 감독에게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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