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동 14년 차 주민의 진심 담은 편지
"참사 당일도 최선을 다했을 거란 걸 안다"
트라우마 겪는 파출소 직원들에게 큰 위로
“필요 이상 자책하거나 죄책감에 힘들어하지 마세요.”
언제나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이태원 주민 1 드림
2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용산구 이태원파출소 앞. 한 여성이 파출소 문을 두드렸다. “어떤 일로 오셨느냐”는 경찰관의 물음에 여성은 말없이 음료수 한 박스와 편지 한 통을 건넸다. 그러고는 “감사하게 생각해요”라는 짧은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떴다.
편지에는 손으로 꾹꾹 눌러쓴 진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여성은 자신을 ‘14년째 이태원에 거주하는 주민’이라고 소개했다. 편지는 감사로 시작했다. “언제나 시끌벅적한 이태원에서 항상 수고해주심에 감사합니다!”
이내 위로가 이어졌다. 여성은 “매년 핼러윈마다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할 수 없다. 특히 올해 핼러윈은 모두에게 잊기 힘든 날이 됐다”고 했다. 안 그래도 축제 때마다 힘든데, 나흘 전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로 심신이 지쳤을 파출소 직원들에게 전한 고마움이다. 편지는 “너무나도 안타까운 이 비극을 우리 모두 잊지 말고 함께 슬퍼하며, 자책은 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맺음말로 끝났다.
이태원파출소 직원 58명은 단체 채팅방에 올라온 편지를 다 봤다고 한다. 이곳 경찰관들은 요즘 죄인 아닌 죄인으로 살고 있다. 최선을 다해 구조활동을 했을 뿐인데, 경찰 수장은 “미흡한 현장 대응”을 이유로 고강도 감찰을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왜 그렇게 많은 시민을 죽게 했느냐”는 비난 여론도 직원들을 움츠러들게 한다. 파출소 소속 경찰관 A씨는 “전날 유족 한 분이 와서 멱살을 잡았지만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며 “그분들의 아픔을 생각하면 그게 최선”이라고 했다.
무력감이 전부는 아니다. 자책감 탓에 일부 경찰관은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이름 모를 주민의 편지는 이태원파출소 식구들에게 큰 위안이 된다. 경찰관 B씨는 “평소에 이태원 관내 상황을 잘 아는 주민들은 고생한다고 오가며 간식을 전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편지에는 이런 대목도 나온다. “그날도 언제나 최선을 다하셨을 거란 걸 잘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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