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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냐, 우정이냐"… 서방과 러시아에 낀 COP27 개최국 이집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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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냐, 우정이냐"… 서방과 러시아에 낀 COP27 개최국 이집트

입력
2022.11.04 04:30
수정
2022.11.05 01: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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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러시아, 정치·경제·군사 협력 강화
우크라 전쟁으로 글로벌 기후 대응도 위기
COP27 개최국 이집트, 러시아와 거리두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가 열릴 이집트 홍해의 휴양도시 샤름 엘 셰이크의 도로변에 COP27 로고가 설치돼 있다. 샤름 엘 셰이크=로이터 연합뉴스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가 열릴 이집트 홍해의 휴양도시 샤름 엘 셰이크의 도로변에 COP27 로고가 설치돼 있다. 샤름 엘 셰이크=로이터 연합뉴스

‘국가 이미지 쇄신이냐, 우방과의 의리냐.’

이달 6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 개최국 이집트가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균형’을 잡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세계의 시선이 쏠리는 COP27을 잘 치러내 이집트의 국제적 위상을 끌어올리기를 바라지만, 러시아와의 오랜 우방 관계도 외면할 수 없는 탓이다. 그야말로 ‘딜레마’다.

엘시시·푸틴 ‘닮은꼴’… 근묵자흑

2017년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카이로=AP 연합뉴스

2017년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카이로=AP 연합뉴스

2일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최근 이집트 정부는 COP27을 맞아 그간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던 인권·환경 문제와 관련해 ‘이미지 세탁’을 하느라 분주하다.

올해 4월 사면위원회가 설립된 이후 현재까지 정치범 1,000여 명을 사면·석방했고, 인도 최대 재생에너지 회사 리뉴파워 등 여러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과 친환경 수소 에너지 개발·투자도 추진하고 있다. 수에즈만의 풍부한 햇빛과 바람, 거대한 내수시장 등을 강조하며 재생에너지 강국으로 거듭나려는 의지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이집트의 야심 찬 계획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있다. 바로 예전부터 가깝게 지냈던 러시아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가 에너지 대란을 겪으며 기후위기 대응이 훨씬 더 어려워진 만큼 COP27에서도 러시아를 향한 성토가 터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하는 이집트로선 적잖이 골머리가 아프게 됐다.

냉전 시대 소련부터 현재 러시아에까지 이집트는 줄곧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핵심 우방국이었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아랍의 봄’으로 탄생한 민주 정부를 뒤엎고 2014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이후 양국은 더 가까워졌다. 권위주의 통치, 민주세력 탄압, 인권 침해 등 엘시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이에는 공통점도 많다.

엘시시 대통령은 올해 6월 열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국제경제포럼(SPIEF) 화상연설에서 “러시아는 다양한 분야에서 이집트의 중요한 파트너”라고 치켜세웠다. 푸틴 대통령도 9월 신임 주러시아 이집트 대사를 환영하는 자리에서 “러시아는 이집트를 아프리카 및 아랍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집트 반정부 언론인 샤히라 아민은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 기고에서 “미국과 유럽 지도자들의 비판에 짜증 난 엘시시는 민주주의와 인권에 무관심한 러시아 독재자(푸틴)와 관계를 굳건히 다지면서 글로벌 협력관계를 다양화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교역 확대·국방 협력으로 우방 강화

이집트 사막 위의 거대한 피라미드.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집트 사막 위의 거대한 피라미드. 한국일보 자료사진

특히 경제 분야에서 두 나라의 관계는 매우 긴밀하다. 이집트 최초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러시아 국영 원자력기업 로사톰이 맡았다. 자금 85%는 러시아 은행에서 조달한다. 러시아 고속철도 회사는 노후화된 이집트 철도 시설 현대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수에즈 운하 인근에선 러시아를 위한 특별자유무역단지도 건설 중이다.

또 이집트가 수입하는 밀 대부분은 러시아산이다. 지난해 이집트를 찾은 러시아 관광객은 무려 100만 명으로, 총 방문객 가운데 40%를 차지했다. 양국 간 교역 규모는 엘시시 대통령 집권 전인 2013년 30억 달러에서 지난해 50억 달러로 크게 늘었다.

군사 협력도 두 나라를 잇는 중요 고리다. 국제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이집트는 세계 3위 무기 수입국이다. 2011~2015년과 2016~2020년 사이 무기 수입량이 136% 증가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미국에서 상당량을 들여오지만, 러시아도 이들 못지않게 중요한 공급 국가다. 2016~2020년 이집트로 수출된 러시아 무기는 이전 5년과 비교해 무려 430% 폭증했다.

이집트, 우크라전 이후 러시아에 거리두기

지난달 12일 열린 유엔 긴급 특별총회에서 우크라이나 점령지 병합을 시도한 러시아를 규탄하는 결의안에 대한 표결이 끝난 뒤 투표 결과가 모니터에 표시되고 있다. 러시아의 동맹인 이집트도 찬성표를 던졌다. 뉴욕=AP 뉴시스

지난달 12일 열린 유엔 긴급 특별총회에서 우크라이나 점령지 병합을 시도한 러시아를 규탄하는 결의안에 대한 표결이 끝난 뒤 투표 결과가 모니터에 표시되고 있다. 러시아의 동맹인 이집트도 찬성표를 던졌다. 뉴욕=AP 뉴시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이집트는 러시아와 다소 거리를 두면서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극도로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서방의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에 위배되면 이집트도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러시아 관광객들이 루블화로 결제되는 러시아 자체 금융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세웠으나, 현재는 보류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집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편입하기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했을 때 이집트 정부가 참관인을 현지에 파견했다는 러시아 타스통신 보도가 나오자 즉각 부인했다. 그후 러시아를 규탄하는 유엔 결의안 표결에도 참여해 찬성표를 던졌다.

교역 관련 수치를 봐도 이집트가 균형 잡기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는지 알 수 있다. 국제 컨설팅업체 ‘데잔시라 앤드 어소시에이츠’ 보고서에 따르면, 9월 초 기준 올해 이집트의 전체 교역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와 4%로 집계됐다. 지리적으로 이집트와 가까운 유럽연합(EU)과 아시아도 22%로 같았다. 보고서는 “등거리 무역 정책”이라고 결론지었다.

미국 싱크탱크 중동연구소 무함마드 술라이만 연구원은 “러시아는 이집트에 중요한 국가이긴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동맹은 분명히 아니다”라며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이집트의 전략적 선택지 최상위에는 미국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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