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매몰사고 후 9일 만에
지하 190m 고립된 광부 2명 구조
구조대 부축 받으면 직접 걸어나와
두 명 모두 건강 상태 비교적 양호
기적이 일어났다. 민·관·군의 노력과 가족의 간절한 염원이 기적을 만들어냈다.
지난달 26일 오후 6시 경북 봉화 아연광산에서 갱도가 막혀 고립된 광부 2명이 고립 221시간 만인 4일 오후 11시 3분쯤 소방구조대와 광산구조대에 의해 전원 구조됐다. 경북 안동병원으로 옮겨진 광부들의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몰사고로 고립된 작업반장 박모(62)씨와 보조작업자 박모(56)씨는사고 지점 근처 갱도에서 구조대에 의해 발견됐다.
초조하게 구조 과정을 지켜보던 작업반장 박씨의 가족과 구조대원 등은 생존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 가족은 "박씨가 구조대와 어깨동무하고 폐갱도에서 직접 걸어 나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제1수직갱도(수갱) 지하 190m 지점에서 수평으로 70m가량 거리의 갱도에서 광맥을 조사하다가 쏟아진 고운 모래 형태의 토사로 갱도가 막히면서 고립됐다. 뻘 형태의 토사는 제1수갱 지하 46m지점의 다른 갱도를 통해 밀려 내려온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해당 갱도에는 모두 7명이 작업 중이었다. 2명은 스스로 대피했고, 3명은 광산 측 구조대 도움으로 구출됐다.
하지만 작업반장 박씨 등은 자체 구조에 실패했고, 사고 발생 14시간도 더 지난 27일 오전 8시 34분에야 119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는 광산 업체와 한국광해광업공단,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구조대를 편성, 구출 통로를 확보하고 나섰다. 하지만 갱도 곳곳이 막혀 구조작업에 난항을 겪었다. 구조대는 반대편 제 2수갱을 통해 내려가 과거 채광했다가 쓰지 않은 갱도의 낙석 등을 제거했다. 바닥에는 광차가 다닐 수 있게 레일을 깔고, 또 갱도가 무너지지 않도록 보강하면서 전진했다.
마지막 남은 30m구간 통로를 뚫을 때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이날 오후 3시쯤, 5m가량 전진한 상태에서 갑자기 천장 일부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은 구간 장애물이 상대적으로 적어 예상보다 빨리 구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지상에서는 지난달 29일부터 천공기 12대를 동원해 대피예상 지점을 시추하고 비상 식량과 의약품을 내려 보냈다.
구조 관계자는 "낙석 구간이 주로 석회암석 지대여서 예상보다 빨리 통로를 개척할 수 있었다"며 "고립된 광부들은 대피 공간에서 추위를 막기 위해 비닐을 치고 모닥불을 피워 체온을 유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매몰 광부들은 또 커피믹스를 먹으면서 허기를 달랜 것으로 전해졌다.
1967년 국내에선 충남 청양군 사양면(현재 남양면) 구봉광산에서 갱도 붕괴로 고립된 광부가 16일 만에 구조된 적도 있다. 같은 해 8월 22일 오전 8시 갱목이 부러지면서 갱도가 무너져 지하 125m지하에 고립된 광부는 물만 마시며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고 9월 6일 무사히 구조됐다. 당시도 이번 봉화 아연 광산처럼 기온이 15도 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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