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 극복하려면…'정서적 지지와 용기 북돋기'

입력
2022.11.04 11:45
0 0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에서 한 학생이 추모하고 있다. 뉴스1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에서 한 학생이 추모하고 있다. 뉴스1

“이태원 참사 현장을 직접 목격한 것이 아닌데도 잠을 자려고 할 때마다 뉴스와 소셜미디어에서 본 참사 현장이 떠올라 잠을 이루지 못해요.”

‘이태원 참사’ 후 정신적 충격으로 이처럼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사람이 큰 사고나 자연재해 등의 심각한 사건을 경험하면 공포감을 느끼고 정신적으로 외상을 입을 수 있다.

이러한 심리적 외상이 흔히 말하는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다. 일생 동안 한 번이라도 트라우마를 겪을 확률은 50% 이상이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까지 포함한다면 80%가 넘는다.

트라우마를 겪으면 신체ㆍ정신적으로 다양한 부정적인 증상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트라우마 개념과 증상, 대응법 등을 미리 알아두는 게 중요하다. 최수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게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아봤다.

-트라우마란.

“트라우마는 실제적이거나 위협적인 죽음, 심각한 질병 혹은 자신이나 타인의 신체적(물리적) 위협이 되는 사건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후 겪는 심리적 외상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흔히 얘기하는 스트레스의 범주를 넘어 안전과 생명에 위협이 될만한 사건을 겪었을 때 트라우마가 발생할 수 있다.”

-트라우마로 인해 발생하는 증상은.

“트라우마 상황이 발생하면 극도의 긴장 상태를 유지하면서 △피곤함 △두통 △소화불량 △식욕부진 △손발 저림 등 다양한 여러 신체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또한 △불안 △걱정 △원망 △화남 △슬픔 등 다양한 감정 반응도 경험할 수 있다.”

-트라우마는 치료할 수 있나.

“트라우마를 겪었다고 해서 모두 치료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큰일을 겪으면 충격ㆍ공포ㆍ놀람ㆍ무기력ㆍ혼돈 등의 감정은 당연히 경험할 수 있다. 이 감정들은 또다시 닥쳐올 수 있는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를 돕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심각한 트라우마 증상으로 치료가 필요할 수 있는데, 50% 이상은 3개월 이내 회복하고 3개월 이상 지속된다 해도 80~90%는 1~2년 이내에 회복할 수 있다.

증상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충격적 사건을 겪은 사람에게 정서적 지지를 통해 평범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는 것이다. 또한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과 받을 수 있는 도움을 알려주고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충격적 사건 때문에 불면ㆍ우울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일시적으로 수면제 혹은 신경안정제를 복용해 해당 증상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몇 주 이상 증상이 지속된다면 전문가를 찾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가능성이 있는지 평가하고 적합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트라우마 증상을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면 도움이 되나.

“말로 자신의 감정이나 상황을 표현하면 감정적인 해소가 이루어져 도움될 때가 많다. 본인이 겪었거나 알고 있는 일을 말이나 글로 표현할 때 감정도 제대로 정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화를 통해 상황을 정리하고 분석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트라우마 직후 긴장 상태에서 이야기를 꺼냈을 때 자꾸 그 상황이 떠올라 얘기하고 싶지 않다거나 감정적으로 견디기 어려운 경우에는 강박적으로 ‘빨리 남에게 얘기해야겠다’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트라우마가 있는 가족이나 지인을 돕는 방법은.

“첫 번째로 더 이상 위협받지 않고 안전하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두 번째로 옆에서 친밀하게 감정적인 해소를 도와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지울 수 없는 기억을 조금 덜 힘든 기억으로 남도록 도와줄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무엇인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ㆍ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는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사건 이후 △강제적이고 반복적인 기억 △관련 장소나 상황 등을 회피 △예민한 상태 유지 △부정적인 인지와 감정의 4가지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될 때 진단할 수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한 ‘이 세상은 믿을 수 없다’ ‘우리는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같은 생각과 함께 인지와 감정에 부정적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또한 공격적 성향, 충동 조절 장애, 우울증, 약물 남용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성격이 변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료하는 방법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크게 약물 치료와 정신 치료 요법으로 치료한다. 약물 치료는 항우울제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정신 치료법으로는 트라우마에 초점을 둔 인지 행동 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다. 이는 잘못된 생각을 수정하고 트라우마 사건을 다시 바라보며 건강하게 직면할 수 있도록 돕는 치료다.

트라우마를 겪은 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노출된 사람들에게는 △강요하지 않는 것 △피하지 않는 것 △다 아는 것처럼 대하지 않는 것 등이 중요하다. 특히 외상을 경험한 사람이 웃거나 행복하게 살 가치가 없다며 스스로 과도한 죄책감을 느낄 수 있음을 이해하고, 이들이 주저 없이 감정을 표현하고 일상생활을 해나갈 수 있도록 정서적으로 지지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트라우마를 겪는 환자에게 조언한다면.

“결국 중요한 것은 트라우마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트라우마를 다른 많은 기억 중 하나의 기억으로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의 지지가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정말 필요하다면 전문가 도움을 받아 트라우마를 슬기롭게 해결하길 바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