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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사다리" "투기 수단"... 전 세계 유일의 전세는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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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사다리" "투기 수단"... 전 세계 유일의 전세는 사라질까

입력
2022.11.08 10: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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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역전된 전세시장]
준전세 비중 1월 11%→11월 15%
전셋값 떨어지는데 반전셋값은 올라
'전세 종말론' 다시 부상

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마음에 드는 전세 매물이 나오면 반(半)전세나 월세로 전환되는지 집주인한테 물어봐 달라는 문의가 많아요. 전세가 안 나가니 집주인들도 버티다 반전세로도 내놓겠다고 해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

우리나라 주거 형태의 상징 '전세'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월세 비중은 전세 비중을 넘어섰고, 월세와 전세의 중간 형태인 '반전세' 수요는 날로 커지는 양상이다. 100년 가까이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로 자리 잡은 '전세제도'가 사라진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금리 인상 기조 등이 밀어붙인 변화다. 과연 전세는 사라질까.

변화상부터 살펴보자. 9월 전국 임대차 거래 20만5,206건 중 53.5%(10만9,987건)가 월세로 집계(국토교통부)됐다. 올해 4월 월세 비중이 2011년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절반을 넘긴 이후 6개월 연속 50%대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만 따져도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월세 비중은 절반을 육박(48.9%·부동산R114)한다. 역시 역대 최고치다.

반전세가 삼키는 전세

전월세 거래량 중 월세 비중. 그래픽=김대훈 기자

전월세 거래량 중 월세 비중. 그래픽=김대훈 기자

월세 중엔 '반전세' 계약이 늘고 있다. 월세는 보증금 규모에 따라 3가지다. ① 순수월세(순월세)는 보증금이 12개월 치 월세보다 적어야 한다. 예컨대 월세가 50만 원이면 보증금은 600만 원(12×50만) 이하인 계약이다. ②준월세는 보증금이 월세 12~240개월 치 이하, ③준전세는 240개월 치 초과인 월세를 가리킨다. 다만 부동산시장에선 관행적으로 준월세와 준전세를 '반전세'라고 통칭한다.

반전세는 전세보증금은 부족한데 다달이 내는 돈은 줄이고 싶은 세입자가 주로 택한다. 한국일보가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분석해 보니, 반전세 중 준전세 비중은 1월 11.5%에서 최근 15.2%로 뛰었다.

반전세는 수요가 늘면서 가격도 오르고 있다(한국부동산원 조사). 전셋값 하락 추세와는 다른 모습이다. 준월세가격지수는 지난해 6월 가격을 100으로 했을 때, 올해 1월 101.6에서 9월 103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준전세가격지수 역시 102.3에서 102.9로 상승했다. 반면 1월 103.3이던 전세가격지수는 9월 102.3으로 떨어졌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여전히 높은 전셋값, 대출 이자 부담, 깡통전세 우려가 맞물리면서 임대차시장에서 월세가 대세가 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세의 몰락? 전문가들 "쉽지 않아"

전세가 월세에 밀리면서 '전세 종말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저금리로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자 박 전 대통령은 "전세시대는 하나의 추억이 될 것"이라고 직접 전세 종말론을 펼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때는 2020년 '임대차 3법(주택임대차보호법)'으로 인해 급등한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수요가 월세로 넘어가면서 전세 종말론이 힘을 얻었다.

그러나 오랜 세월 정착된, 전 세계에서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임대차 계약인 전세제도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집주인도, 세입자도 전세의 장점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세입자에겐 전세가 목돈 마련을 위한 주거 사다리, 집주인에겐 보증금이 투자를 위한 무이자 종잣돈이란 인식이 커 없어지긴 어렵다"며 "월셋값이 계속 올라 대출 이자와 비슷해진다면 다시 수요가 전세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의 부작용 탓에 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입자가 낸 전세금이 다주택 투기 수단으로 활용돼 집값을 떠받치는 등 사회 전체적으로 바람직한 제도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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