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도서 흘러내린 물과 믹스커피 마셔
구조 희망 잃지 않고 의지하며 기다려
비닐로 덮고 장작불로 저체온증 극복
물과 믹스커피로 열흘을 버텼다.
지하 190m 캄캄한 갱도에 갇힌 광부 2명은 어떻게 열흘 가까이 버티며 생존할 수 있었을까. 해답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물과 소금 및 칼로리가 제법 들어간 믹스커피에 있었다. 특히 고립된 광부 2명 중 조장격인 ‘선산부’ 박모(62)씨는 사고가 난 광산을 누구보다 잘 아는 베테랑이라 희망을 잃지 않고 구조를 기다렸다.
구조대와 가족들에 따르면, 고립된 박씨 등 2명은 지하 갱도에서 믹스커피를 마시며 체력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갱도 안 작업장에서 지상까지 오가는 데는 시간이 제법 걸린다. 이 때문에 작업 현장에는 휴게시간에 마실 믹스커피와 물, 전기포트 등이 있다. 박씨 등이 고립된 현장에도 다량의 믹스커피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믹스커피에는 카페인성분의 커피에다 식물성지방, 설탕에다 소금 성분도 들어 있다. 특히 소금 성분은 물만 계속 마실 경우 체내의 전해질 균형이 깨져 초래될 수 있는 치명적인 증상을 막아줬을 것으로 보인다. 생존에 필수적인 물은 갱도에서 흘러내리는 것을 받아썼다고 한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고립자들은 가지고 있는 믹스커피를 밥처럼 드셨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안에 계실 때 (구조대가 구출통로 확보를 위한 암석제거를 위해)발파하는 소리도 들었다고 한다. 이런 작업소리가 나면 희망을 갖다가 안 들리면 실망하기도 했지만, 두 분이 서로 의지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기다렸다고 한다”고 말했다.
가족들도 고립자들이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한 상황을 생생히 전했다. 보조 작업자인 후산부 박모(56)씨의 조카는 “삼촌이 우리가 처음 대피했을 것으로 예상한 지점이 아니라, 사고 당시 작업장 근처에서 다른 갱도로 탈출할 수 있는지 계속 헤매고 다녔다고 한다”며 희망을 갖고 포기하지 않은 게 무사귀환의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선산부' 박씨의 아들 근형(42)씨는 “(아버지께서) 일단은 무조건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처음엔 너무 배가 고팠지만, 하루 정도 지나니 배고픈 느낌도 사라졌다고 한다”고 말했다.
구조대가 접근했을 때 대피장소에는 사방을 비닐로 쳐놓고, 안에는 장작불이 발견됐다. 바닥에는 과거 사용했던 광차용 레일이 깔려 있었다. 갱도 안에선 작업하거나 장비를 덮기 위해 비닐 같은 것을 사용한다고 한다. 박씨 등은 이 같은 비닐을 찾아내 움막 같은 것을 짓고 불을 피운 것으로 보인다. 갱내 온도가 13~15도 정도로 자칫 저체온증이 올 수 있었지만, 이 같은 생존 노력이 위기를 극복하게 했다.
이들의 건강 상태는 다행히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자정 무렵 안동병원으로 이송된 이들은 검진 후 일반병실로 옮겨 회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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