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0시 20분 현장 도착' 뒤늦게 삽입
실수? 허위? 수사 통해 철저히 규명해야
감찰 결과에서 '오후 11시 5분' 도착 확인
‘이태원 핼러윈 참사’ 직후 경찰 대처가 시간대별로 담긴 ‘상황보고서’에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총경)의 행적과 관련한 내용이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처음엔 이 총경이 오후 10시 20분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는 내용이 없었다가, 나중에 추가된 것이다. 경찰청 특별감찰팀 조사 결과, 그는 사고 발생 45분이 지난 오후 11시 5분 현장에 왔다. 사고 직후 이 총경이 현장에 간 것처럼 꾸민 경위를 수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까지 경찰이 국회에 제출한 상황보고서는 크게 3가지 안(案)이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실, 더불어민주당 용산 이태원 참사 대책본부에 각각 보고했다.
행안위 보고 문서에는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이후 경찰 행적만 담겨 있다. 사고 시점(오후 10시 15분) 직후 경찰 대처는 권 의원실 및 민주당 대책본부 문건에만 들어 있는데, 이 총경의 당시 행적이 서로 다르다.
민주당 문건에는 ‘오후 10시 18분 경찰서장 무전 지시, 가용경력 전원 투입해 현장 대응 지시’ ‘오후 10시 20분 경찰서장, 운집된 인파 분산을 위해 녹사평역~제일기획 도로상 차량 통제 지시 및 안전 사고 예방 지시’라고 적혀 있다. 반면, 권 의원실 문건엔 오후 10시 18분 상황은 빠져 있고 ‘오후 10시 20분 경찰서장 현장 도착, 운집된 인파 분산을 위해 녹사평역~제일기획 도로상 차량 통제 지시 및 안전 사고 예방 지시’라고 적시됐다.
두 보고서 중 민주당 문건이 먼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작성 기준 일시가 ‘10월 30일 낮 12시 23분’으로 표기된 이 문건에는 30일 오전 10시까지 경찰의 시간대별 대처가 정리돼 있다. 하지만 권 의원실 문건엔 작성 기준 일시가 기재돼 있지 않고 30일 오후 6시 15분까지의 시간대별 상황이 담겨 있다.
민주당 대책본부에 제출한 상황보고서에 없던 ‘경찰서장 현장도착’ 문구가 뒤늦게 삽입된 것이 단순 실수인지, 책임 회피를 위한 허위 작성인지 여부에 따라 처벌 수위도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통상 상황보고서는 관할서 112 종합상황실에서 시간대별로 기재하는데, 가장 중요한 서장의 동선이 누락됐다가 다시 기재된 건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허위 작성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처벌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두 보고서를 모두 검토한 경찰 관계자는 “실제 상황보고서와는 양식이 좀 달라 국회에 제출하면서 일부 수정을 한 것 같다”며 “시간대별로 보고한 원본을 보면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서 보고를 받아 상황보고서를 작성한 서울경찰청 112 종합상황실 관계자는 이 총경의 행적이 다르게 적힌 경위에 대해 “수사 중인 사안이라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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