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1명, 발달장애를 답하다]
대한소아청소년 행동발달증진학회 출범
박양동 이사장 "발달장애 치료 급여화 및
행동발달증진센터 설치 의무화 필요" 제안
편집자주
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은 1,071명의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광역지자체별 발달장애 인프라의 실태를 분석해 인터랙티브와 12건의 기사로 찾아갔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발달장애 가정의 현실 및 지원 해법을 찾는 기사를 비정기적으로 게재합니다.
발달장애 가족이 처한 심각한 인프라·지원 부족 문제를 고발('1071명, 발달장애를 답하다' 기획 시리즈)한 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 기자에게 지난달 23일 메일 하나가 도착했다.
대한소아청소년 행동발달증진학회(이하 행동발달증진학회)가 설립돼 창립 기념 국제학술대회를 여는데, 참석해달라는 요청이었다. 행동발달증진학회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등으로 구성된 임원 21명을 포함해 의료인과 특수교육 전문가들이 모인 단체로, 발달장애 아동 진단 및 치료 프로세스를 구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박양동 초대 이사장(CNA서울아동병원 원장)은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창립 기념 학술대회에서 발달장애인들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 한국일보의 ‘1071명, 발달장애를 답하다’의 인터랙티브를 소개했다. 그는 “발달장애 아동 치료가 어려운 현실을 바꾸기 위해 ‘우영우법’을 만드는 게 이 학회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박 이사장은 "발달장애인 치료가 여전히 비급여 항목이고, 관련 센터 설치가 권장 사항 정도에 그치는 등 현행법에 아쉬운 점이 많다"며 "발달장애인의 원활한 치료를 위해선 개선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행동발달증진학회는 이날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실에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발달장애인법)과 국민건강보험법 개선안을 담은, 일명 '우영우법' 제안서를 전달했다.
“바우처 말고 건강보험법 바꿔야”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국내 발달장애 치료비 지원이 국가 바우처에 그치는 현실을 지적하고, 건강보험으로의 편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보건복지부는 기준 중위소득 180% 이하인 만 18세 미만 장애 아동·청소년 가정에 월 14만~22만 원가량의 바우처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치료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고, 그나마 성인이 되면 지원이 끊긴다. (관련기사: 1시간 치료수업에 15만원? 사교육 시장 내몰린 부모들▶클릭이 되지 않으면 이 주소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00509190004669 로 검색하세요)
행동발달증진학회는 △발달장애 아동 의료비 본인 부담을 암환자 및 소아입원료와 동일한 수준인 5%로 조정하고 △발달장애 관련 보험수가 중 인정 비급여 검사와 치료수가를 급여화하며 △발달장애 ‘조기검사 및 조기중재치료시스템(정신질환 등의 치료 지연을 단축하는 시스템)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장은 “발달장애 인지치료가 대부분 비급여로 돼 있어 100% 본인 부담인 상황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바우처 금액을 늘린다 해도 이 역시 차상위계층 등 특정 소득 수준에 한한 것이지, 이외 중간 계층을 책임져 줄 주체가 없는 건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정책 개선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조기 진단 돕는 행동발달센터 확대”
학회의 ‘우영우법’ 제안서에는 행동발달증진센터 설치 의무화도 담겼다. 발달장애인법 제24조 4항에는 "국가와 지자체는 행동발달증진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고만 명시돼 있는데, "설치·운영해야 한다"로 바꾸자는 것이다.
행동발달증진센터는 발달장애인이 행동문제를 치료하도록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의료기관이다. 올해 기준 전국 총 10개소의 거점 행동발달증진센터가 지정됐다. 이외 지역에 사설 행동발달증진센터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 수는 여전히 모자라다.
김영훈 학회장(가톨릭의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센터로의 이동이 어려운 발달장애인 특성상 거주지 근처에 위치한 치료 인프라가 필수적”이라며 “기존 법률만으로는 센터 수 확대에 한계가 있어 의무성을 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강은식 봉키병원(굿닥터스 행동발달증진센터 대전·충청 지점) 원장이 참석해 국내 행동발달증진센터의 모델을 제안하기도 했다. 강 원장은 “우리 행동발달센터의 강점은 영유아 때부터 이뤄지는 적극적인 치료 개입”이라며 “소아과에서 영유아 검진을 받고 추적검사가 필요할 경우 바로 행동발달증진센터로 연계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강 원장은 이어 “행동발달증진센터가 확대·운영되면 소아과 진료와 초기 상담·전문의 진료 간 지연이 줄어, 발달장애 아동이 조기 진단 시기를 놓치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랙티브 바로가기: 클릭하시면 1,071명 설문조사 결과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클릭이 되지 않으면 주소(interactive.hankookilbo.com/v/disability/)를 복사해서 검색창에 입력해주세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