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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법안을 대하는 국회의 자세, 중간착취 방지법안이 묻는다

입력
2022.11.15 04:30
수정
2022.11.15 10:3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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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착취의 지옥도, 그 후]
<41>국회에 방치된 중간착취 방지 법안
여당은 무관심, 야당은 말로만 "적극적"
첫 법안 발의 후 1년 8개월간 심의 안해
'민생 방치' 21대 국회, 법안 처리율 최악

지난 달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모습. 21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역대 최악이었던 20대 국회(34%)에도 미치지 못하는 29% 안팎이다. 뉴스1

지난 달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모습. 21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역대 최악이었던 20대 국회(34%)에도 미치지 못하는 29% 안팎이다. 뉴스1

"이런 게 '민생법안'이죠. 여의도에서 세금으로 월급받는 국회의원들은 입씨름만 하지 말고, 이런 법안 좀 통과시키세요."

지난 9일, 밤새 음식물 쓰레기를 치우는 울산의 환경미화원들이 밥값과 기본급은 떼이며 일하고 있다는 한국일보의 보도에 대해 '중간착취 방지법안'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는 반응이 많았다. 원청이 책정한 직접노무비를 용역·파견업체가 중간에 착복하지 못하게 하자(임금전용 계좌 도입 등)는 이 법안의 취지는 거의 반대의 목소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도 국회는 첫 법안이 발의된 지난해 3월 이후, 무려 1년 8개월간 법안 심의를 하지 않고 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눈물은 쉴새 없이 흐르고 있지만, 각 당의 이익과 상관없으니 우선순위에서 끝없이 밀린다. 지난해 국회에 관련 입법 제안을 했던 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은 다시 한번 국회에 물었다. 질문은 단 두 가지였다. ①이 법안들의 입법을 목표로 논의할 계획이 있나 ②있다면 시기는 언제인가. 묵묵부답이거나 애매모호하고, 적극적이지 않은 답변들에서 '민생법안'에 대한 국회의 자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중간착취 방지를 위해 발의된 법안들. 그래픽= 김문중 기자

중간착취 방지를 위해 발의된 법안들. 그래픽= 김문중 기자


여야 정당 대표들, "상임위가 알아서"

여당의 수뇌부는 이 법안에 관심을 별로 두지 않았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수뇌부는 좀 더 관심을 보였으나, 담당 상임위원회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는 취지는 여당과 같았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측= 법안 질의에 답변을 주지 않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측= "당론 발의 법안이 아닌 개별 입법안에 관해서는 소관 상임위 간사 및 위원들 의견을 참고하시면 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 "파견 근로자를 파견사업주의 과도한 중간착취에서 보호하는 방안은 매우 바람직하며 금번 정기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 여야 합의를 끌어낼 필요성에 공감한다. 환경노동위원회 간사 간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지만 민주당은 금번 정기국회 법안심사에서 법을 개정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 측= "이 대표의 답변과 뜻을 같이한다."

열쇠 쥔 상임위 간사들은 소극적

법안 심사는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간사가 합의해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시작으로 심의의 문을 열 수 있다. 합의 없이도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하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이 존재하긴 하지만, 쟁점 법안이 아니면 대상으로 지정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다면 여야 간사와 환노위원장의 입장은 무엇일까.

임이자 국민의힘 환노위 간사 측= 법안 질의에 답변을 주지 않았다.

김영진 민주당 환노위 간사 측= "여야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한쪽의 의견만으로는 쉽지 않다. 11월 법안소위에서 민주당의 제1안건은 '노란봉투법'(노조의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한하는 내용 등의 노조법 2·3조 개정안)이기 때문에, 이 법안이 어떠한 형태로 처리되느냐에 따라 다음 순위에 있는 법안의 논의 여부가 정해질 것 같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 측(환노위원장실)= "전문위원실에서 법안 리스트를 올리면 여야 간사 합의를 거치는 구조라 법안 논의 시기를 위원장실에서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즉 여야 간사 모두 중간착취 방지법안 심의를 하겠다는 확답을 하지 않았다.


지난달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복도가 국정감사를 대비하는 피감기관 공무원들로 북적이고 있다. 21대 국회에선 1만7,000여 건의 법안이 발의됐으나 약 5,000건만 입법이 이뤄져, 법안 처리율은 역대 최악이다. 오대근 기자

지난달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복도가 국정감사를 대비하는 피감기관 공무원들로 북적이고 있다. 21대 국회에선 1만7,000여 건의 법안이 발의됐으나 약 5,000건만 입법이 이뤄져, 법안 처리율은 역대 최악이다. 오대근 기자


일부 의원들이 관심을 보인다 해도

환노위 위원 중 국민의힘에서는 박대수 의원만이 유일하게 중간착취 방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직접 관련 법도 발의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상당수 입법 필요성에 공감했으나, 시급하게 보지 않는 의원도 있었다. 환노위 위원들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 측= "간사방에 법안소위 안건으로 상정해달라고 요청해 둔 상태다. 법안 상정 여부는 간사방에서 협의하는 것이고 의원실에서 요청한다고 바로 논의되는 것도 아니라 정확한 시기 등은 알 수 없다."

김형동·이주환·정찬민·지성호 국민의힘 의원 측= 법안 질의에 답변을 주지 않았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 측= "파견근로자 수수료 상한 도입, 파견 대가 및 수수료 명시, 처벌 등 제재 강화 등은 시급하게 입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심사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또 최근 애플리케이션(앱) 형태의 소개 플랫폼들이 다양한 형태로 수수료 부과 방식을 바꾸고 있어 실태 파악과 관련 입법 방안을 마련해나갈 예정이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 측= "간접고용 등 불평등 고용, 불합리한 처우에 대한 문제인식을 잘 알고 있고 하루빨리 바꾸어야 할 적폐라 생각하고 있다 . 환노위원이자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 위원으로서 중간착취를 막기 위한 8개 법안이 하루빨리,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학영 민주당 의원 측= "340만 이상으로 추산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어려운 현실은 그간의 의정활동 및 을(乙)지로위원회 활동으로 인지하고 있다. 임금 전용 계좌 도입, 파견 수수료 상한 도입, 파견 대가 투명화, 직업소개 수수료 처벌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관련 법의 취지에 공감하며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조속한 심사에 노력을 다하겠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 측= "입법을 목표로 논의할 의지는 강하나, 구체적인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다. 임기 내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 측= "중간착취는 가장 어려운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비인간적 폭력이다. 관련 법안에 있어서 여야가 따로 없이 적극 추진해야 한다. 고용법안소위 소속은 아니지만 중간착취 법안이 전체 회의에 상정되면 지지발언을 할 것이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 측= "정기국회 내 논의해보도록 하겠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 측= "국정감사 후 입법 추진을 검토하겠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 측= 정의당 소속 유일한 환노위원이며, 법안 질의에 답변을 주지 않았다.

논의하고, 검토하고, 추진하겠다는 답변은 사실 지난해에도 국회에서 내놓았던 답변이다. 심지어 주요 대선후보들의 공약에도 포함됐다. 4년의 국회 임기 중 절반가량을 넘기면서도 "검토하겠다"는 말로 방치된 민생법안들의 현실을, 중간착취 방지법안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1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역대 최악의 법안 처리율(34%)을 보였던 20대 국회에도 미치지 못하는 29% 안팎이다. 1만7,000여 건의 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의 문턱은 넘은 법안은 약 5,000건에 그친다. 21대 국회의 임기는 2024년 5월까지다.

▶'중간착취의 지옥도' 바로가기: 수많은 중간착취 사례들을 보도한 기사들을 볼 수 있습니다. 클릭이 되지 않으면 이 주소 www.hankookilbo.com/Collect/2244 로 검색해 주세요.

전혼잎 기자
최나실 기자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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