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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봉이, 방류 3주 만에 행방불명...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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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봉이, 방류 3주 만에 행방불명... 어디로 갔을까

입력
2022.11.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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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제주 앞바다 방류 이후
한 달 가까이 생사여부 확인 안 돼
기술위 "활동성 많아 수신 안될 가능성"
전문가 "지나치게 낙관적, 정보 공개해야"


지난달 16일 방류를 앞둔 비봉이의 모습. 비봉이는 방류된 지 3주가 지났지만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해양수산부 제공

지난달 16일 방류를 앞둔 비봉이의 모습. 비봉이는 방류된 지 3주가 지났지만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해양수산부 제공

국내 수족관에 남은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 방류된 지 3주가 지났지만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생사를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지만 행방불명 기간이 길어지면서 비봉이 상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8일 비봉이 방류 기술위원회 위원장인 김병엽 제주대 교수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비봉이는 지난달 16일 오전 70일간 야생적응 훈련을 마치고 방류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상태다. 비봉이 지느러미에 단 위치추적장치(GPS) 신호는 단 한번도 수신되지 않았다.

GPS 수신 왜 안되나

지난달 16일 바다로 방류되기 전 가두리 안 비봉이. 해양수산부 제공

지난달 16일 바다로 방류되기 전 가두리 안 비봉이. 해양수산부 제공

김병엽 교수에 따르면, GPS를 통한 비봉이 위치 수신은 방류 전날인 15일 새벽이 마지막이었다. 이날 수신된 정보는 비봉이의 13일 위치였다. 위성을 통해 위치를 수신하는 방식이라 실시간으로 반영되지는 않는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비봉이가 가두리에 있을 당시 최장 5일간 GPS가 수신되지 않은 적이 있지만 이후 제대로 작동했다"며 "GPS 배터리 용량 기능까지 GPS 제작업체에 확인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3주가 넘은 지금까지 GPS 신호가 한번도 수신되지 않는 데 있다. 기술위원회는 GPS가 수신되지 않는 이유를 놓고 여러 가능성을 제기했다. 위원회는 먼저 비봉이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을 가능성을 꼽았다. 김 교수는 "앞서 방류한 제돌이의 경우 방류 후 움직임이 활발했던 6일간 GPS 신호가 잡히지 않다 움직임이 둔해진 7일째부터 수신됐고, 무리에 합류한 이후 다시 수신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비봉이가 유영하면 신호가 제대로 잡히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9월 27일 제11호 태풍 힌남노를 피해 가두리에서 수족관으로 재이송될 당시 비봉이. 해양수산부 제공

9월 27일 제11호 태풍 힌남노를 피해 가두리에서 수족관으로 재이송될 당시 비봉이. 해양수산부 제공

위성이 한반도 상공을 지날 때 비봉이가 수면 위로 나와 있어야 하는데 타이밍이 맞지 않고 있을 가능성, GPS가 어떤 이유로든 제대로 기능을 못 하고 있을 가능성도 거론됐다. 하지만 비봉이가 이미 사망해 사체가 물 속으로 가라 앉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외 전문가들은 비봉이의 움직임이 빨라 GPS 신호가 수신되지 않을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미국 동물복지연구소(AWI) 소속 해양포유류학자인 나오미 로즈는 한국일보에 "비봉이가 아직 살아있다면 신호를 보낼 수 없을 정도로 활동하고 있다기 보다 GPS가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찰스 비닉 고래 생크추어리 프로젝트 이사도 "지금까지 GPS 활용 경험에 비춰보면 GPS가 수신되지 않는 게 비봉이의 활동성 때문은 아닐 것"이라며 "GPS가 작동하지 않거나 GPS가 비봉이로부터 분리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살아 있을 것" vs "지나치게 낙관적"

방류 전 비봉이(왼쪽) 모습과 해양포유류학자 나오미 로즈. 로즈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재포획 계획 없는 방류는 무책임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해양수산부, 나오미 로즈 제공

방류 전 비봉이(왼쪽) 모습과 해양포유류학자 나오미 로즈. 로즈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재포획 계획 없는 방류는 무책임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해양수산부, 나오미 로즈 제공

비봉이는 살아있을까. 김병엽 교수비봉이가 살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 교수는 "비봉이가 죽었다면 사체가 바다 위로 떠오르면서 GPS 신호가 수신됐을 것"이라며 "사체는 해류에 떠밀려 연안으로 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GPS 신호가 잡히는 게 오히려 비봉이의 움직임이 둔화됐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신호라는 것이다.

반면 전문가와 이전 돌고래 방류에 참여했던 동물단체들은 한 달 가까이 비봉이의 어떤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은 것을 두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 2013년 방류한 제돌이는 각각 방류 2시간 후와 7일 만에 발견됐고, 2015년 방류된 태산이와 복순이도 9일 만에 무리에 합류한 게 확인된 바 있다.

나오미 로즈는 "현 상황에서 비봉이가 살아 있다고 보는 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GPS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데 비봉이가 살아 있다면 적어도 한 번의 신호는 잡혔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도 "비봉이가 살아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면서도 "어떤 객관적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살아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보기만은 어렵다"고 우려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크리시 해변에 떠밀려 와 죽은 채 발견된 고래. 배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marinemammalcenter 홈페이지 캡처

미국 샌프란시스코 크리시 해변에 떠밀려 와 죽은 채 발견된 고래. 배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marinemammalcenter 홈페이지 캡처

죽었으면 사체가 떠올랐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로즈는 "죽은 고래는 처음에는 가라앉는다"며 "깊이 가라앉았다면 아예 수면으로 떠오르지 않고, 깊이 가라앉지 않았다면 배에 가스가 차면서 잠시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지만 결국 다시 가라앉는다"고 했다. 비봉이가 죽었다면 사체가 연안으로 떠밀려 올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이어 "고래 사체가 떠다닐 때, 거꾸로 떠다니는 경향이 있어 GPS는 물속에 있게 돼 신호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양동물수의사인 이영란 오산대 교수도 "고래는 죽은 후 소화기에 가스가 차면서 비스듬하게 배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며 "정자세로 발견되는 경우는 대체로 살아 있는 채 떠밀려 온 것"이라고 전했다. 즉 김 교수의 주장대로 GPS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고 해서, 사체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서 비봉이가 살아있다고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비봉이 모니터링 범위 늘린다지만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의 방류에 앞서 지느러미에 새겨진 인식번호 ‘8’번. 김병엽 교수 제공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의 방류에 앞서 지느러미에 새겨진 인식번호 ‘8’번. 김병엽 교수 제공

비봉이 방류협의체는 7일 회의를 열고 비봉이의 모니터링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이재영 해수부 해양생태과장은 "비봉이가 주변에 형성된 고등어 어장으로 쫓아갔을 가능성도 있어 선박을 추가로 동원해 추자도, 이어도 등으로 모니터링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동물단체들은 비봉이 방류 이후 상황과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란영 제주비건 대표는 "제주도민을 포함한 방문객도 비봉이 상황을 궁금해한다"며 "비봉이 방류협의체인 해수부, 제주도, 제주대, 호반그룹, 핫핑크돌핀스는 비봉이의 현 상황을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도 "방류협의체는 방류 이후 경과를 공개해야 함에도 침묵하고 있다"며 "모니터링 확대뿐 아니라 여러 상황과 가능성을 모두 고려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에 따른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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