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캐나다 정치권에 금품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두 나라의 외교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캐나다 정계에 스파이를 심으려 한 정황이 포착되면서다.
8일(현지시간) 캐나다 글로벌뉴스와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캐나다 정보 당국은 정치권 비밀조직이 중국 정부 후원을 받은 사실을 적발했다. 2019년 총선에서 최소 11명의 후보가 중국의 선거 자금을 받았으며, 일부 후보는 중국의 '작전 세력'에게 선거 자문을 맡기기도 했다는 것이다. 온타리오 지역구의 한 의원 사무실에 25만 캐나다달러(약 2억5,400만 원)가 송금된 경우도 있었다.
글로벌뉴스는 "중국이 캐나다 현역 의원 사무실에 스파이를 심으려 했다"고 보도했다. 로비는 토론토 주재 중국 총영사관이 주도했으며, 캐나다 여당인 자유당과 야당인 보수당 모두가 표적이었다.
트뤼도 "민주주의 망치려는 위험한 게임"
캐나다 정부는 "불법 내정 간섭"이라며 중국을 비난했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7일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캐나다 선거에 개입하려고) 공격적인 게임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계 여러 나라가 우리의 민주주의를 망치려는 위험한 게임을 벌이고 있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중국에 경고를 날렸다.
중국은 즉각 부인했다.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캐나다 내정에 간섭한 적이 없다"며 "캐나다는 양국 관계를 손상시키는 발언을 중단하라"고 반박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캐나다의 주장은 서방이 오래전부터 쓰는 속임수"라는 주장을 실었다. 또한 "파이브아이즈(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로 구성된 첩보 동맹체) 약화를 우려하는 미국이 최근 캐나다와 호주를 압박하고 있다"며 캐나다가 제기한 의혹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논리를 폈다.
"중국 입장에서 캐나다는 미국 때리는 수단"
2018년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캐나다 정부가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하기 전까지 캐나다와 중국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 트뤼도 총리의 선친인 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는 1973년 중국과 수교를 맺은 당사자이다. 트뤼도 총리는 2015년 집권 이후 중국에 우호적이었다.
이에 중국은 캐나다를 반(反)중국 동맹그룹의 약한 고리로 보고 캐나다에 친중국 세력을 키우려 했다는 게 캐나다의 시각이다. 데이비드 멀로니 전 주중국 캐나다 대사는 영국 가디언에 "중국은 캐나다 정치권과 산업계 인사들을 매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항상 사슬의 약한 고리를 찾고 있다"며 "그들은 캐나다를 미국을 때리기 위한 수단으로 여긴다"고 했다.
실제 중국은 지난해 9월 캐나다 총선 때 캐나다 정치에 개입하려 했다. 충페이우 캐나다 주재 중국 대사는 당시 캐나다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은 우리를 모욕하는 어떤 정치인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반중국 공약을 쏟아낸 보수당을 향한 압박으로 해석되며 캐나다 여론의 반발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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