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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왜 전투기 잡는 미사일을 속초 앞바다로 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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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왜 전투기 잡는 미사일을 속초 앞바다로 쐈나

입력
2022.11.10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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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거된 잔해에는 러시아어 표기만

9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북한이 지난 2일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발사한 미사일 잔해를 공개하고 있다. 뉴스1

9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북한이 지난 2일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발사한 미사일 잔해를 공개하고 있다. 뉴스1

북한이 분단 이래 처음 북방한계선(NLL)을 넘겨 남쪽으로 쏜 미사일은 'SA-5'(러시아명 S-200)로 파악됐다. 2일 발사한 미사일의 잔해를 6일 수거해 분석한 결과다. 미사일 동체에는 러시아어 표기만 있었다.

군 당국은 9일 "북한이 지대공미사일 SA-5를 지대지미사일로 발사했다"고 밝혔다. 하늘에 떠 있는 전투기 격추용 무기를 바다를 향해 쏜 것이다. 발사 당시 미사일 방향에 놓인 울릉도에는 사상 첫 공습경보가 내려졌다.

軍 “미사일 3분의 1만 잔해물로”

북한이 지난 2일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쏜 미사일이 SA-5 지대공미사일로 판명됐다. 9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이 군이 수거한 북한의 미사일 잔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이 지난 2일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쏜 미사일이 SA-5 지대공미사일로 판명됐다. 9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이 군이 수거한 북한의 미사일 잔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인양된 잔해물은 길이 3m, 폭 2m가량으로 표면에는 전부 러시아어만 새겨져 있고 한글은 찾을 수 없었다. 북한이 러시아에서 미사일 완제품이나 부품을 들여왔을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다만 군 관계자는 “러시아에서 수입한 것인지, 북한 내부에서 개량한 것인지는 확답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SA-5 미사일은 러시아에서 1960년대 최초 개발한 기종이다.

온전한 SA-5 미사일은 길이가 10.7m에 달한다. 하지만 바다에서 수거 당시 주날개 4개와 액체 연료통, 엔진, 노즐 일부가 붙어 있는 상태의 동체만 건졌다. 탄두부가 사라져 3분의 1만 잔해물로 남은 셈이다. SA-5에는 통상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주엔진 외에 고체연료를 쓰는 보조엔진 4개가 부착돼 있지만 찾을 수 없었다. 발사 후 떨어져 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군의 탐지·추적에 혼선 노렸나

북한이 전날에 이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3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뉴스를 보고 있다. 뉴시스

북한이 전날에 이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3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뉴스를 보고 있다. 뉴시스

북한은 왜 SA-5를 하늘이 아닌 바다로 발사했을까. SA-5는 성능이 뛰어나진 않지만 사거리가 길고 탄두 위력이 강해 중부지역 상공에 투입된 우리 군용기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무기다. 당시 한미 공군의 연합훈련 '비질런트 스톰'이 한창이었다.

SA-5를 지대공으로 쏠 경우 △북한 사격통제레이더와 미사일이 교신을 주고받는 신호가 포착돼야 하고 △격추 표적(전투기)을 지나칠 경우 일정 위치에서 공중 폭파해야 한다. 하지만 군 당국은 "그런 징후가 전혀 포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사일의 용도를 바꿔 우리 군의 탐지와 추적에 혼선을 주려는 북한의 기만전술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SA-5의 교전 고도(요격 고도)는 40㎞다. 지대지 공격용으로 사용하려 추력을 조절하면 최대 300㎞ 거리까지 날아갈 수 있다. 반면 이 경우 목표물까지 레이더를 유도할 수 없어 정확도가 떨어지는 부분을 감수해야 한다. 발사 지점으로부터 190㎞를 날아온 미사일은 강원 속초에서 동쪽으로 57㎞, 울릉도 서북쪽으로 167㎞ 거리에 떨어졌다.

군 당국은 북한 미사일의 정확도에 상관없이 "NLL을 침범한 것은 명백한 도발 의도가 있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방어 목적인 지대공미사일을 지대지로 쐈다는 건 남쪽을 겨냥한 도발 목적이 있는 것”이라며 “애초 설정한 방향 외에 다른 방향으로 휘어서 비행하는 것이 불가능한 미사일”이라고 말했다. 처음부터 NLL 이남을 겨냥했다는 것이다.

군 당국은 당초 미사일 기종을 ‘지대공’이 아닌 포물선을 그리는 탄도미사일로 공지했다. 다만 북한이 어떤 식으로 발사하든 단거리탄도미사일 궤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충분히 요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지대공미사일을 지대지로 활용한 전례가 없진 않다. 군 당국은 “SA-5는 지대지미사일로도 사용할 수 있는 특성을 가졌으며 최근 러시아도 유사한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전에서 지대지로 사용한 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고떨이? 신형 미사일 부족해서?

2019년 4월 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고 악수를 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타스 연합뉴스

2019년 4월 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고 악수를 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타스 연합뉴스

북한이 개발된 지 60년 넘은 구형 미사일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재고 소진 차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당시 한미 훈련에 맞서 미사일과 포를 퍼부으며 무차별 도발에 나설 때다. SA-5의 추력은 구형 미사일의 대명사인 스커드의 7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북한의 미사일 보유량이 넉넉지 않아 SA-5까지 동원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올해에만 30차례(80발 이상) 가까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우리 군 당국에 잔해가 수거되는 상황을 감안해 일부러 전략적 용도가 없는 낡은 미사일을 남쪽으로 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편 북한은 이날 또다시 미사일 도발에 나섰다. 합참은 "북한이 오후 3시 31분경 평안남도 숙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비행거리는 290㎞, 고도는 30㎞, 속도는 마하 6으로 탐지됐다. 탄도미사일 발사를 전후로 일부 북한 군용기 항적이 식별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군용기 비행이 탄도미사일 발사와 연계된 활동인지 여부를 추가 분석하고 있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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