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FTX 인수 하루 만에 철회
비트코인 14% 폭락, 2년 전 가격
"전체 가상화폐 취약성 드러낸 사건"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유동성 위기에 처한 경쟁사 FTX 인수 계획을 하루 만에 뒤집으면서 글로벌 코인시장이 재차 발작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2년 만에 1만6,000달러 아래로 추락하는 등 '크립토 윈터(가상화폐 겨울)'가 이른바 '루나 사태' 이후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
9일(현지시간) 바이낸스는 FTX 인수 의향을 철회했다. 전날 자오창펑 바이낸스 대표는 "FTX를 인수하는 투자의향서(LOI)에 서명했다"며 "곧 실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자오창펑 대표는 LOI를 두고 "구속력은 없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인수 의사를 타진한 지 단 하루 만에 전격 취소를 발표한 것이다.
바이낸스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규제당국이 FTX 고객 자금 관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 등을 고려했다"며 "FTX 고객에게 유동성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희망했지만, 우리가 통제할 수 없거나 도울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는 게 문제"라고 전했다.
FTX의 유동성 위기가 알려지며 가격이 곤두박질쳤던 가상화폐는 바이낸스의 인수 취소라는 추가 악재에 재차 무너졌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가상화폐 시가총액 1위 비트코인은 이날 1만6,000달러선이 붕괴되며 2020년 11월 이후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내 거래소(업비트 기준)에서도 비트코인은 10일 오전 14% 폭락해 2,300만 원선이 무너지며 역시 2년 전 가격으로 돌아갔다. 8,100만 원을 웃돌던 1년 전과 비교하면 시세가 70% 이상 폭락한 것이다. 다만 비트코인은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이날 오후 3시 기준 5% 가까이 오른 2,390만 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바이낸스가 하루 만에 인수 의사를 번복한 것을 두고, 시장은 FTX의 유동성 부실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가상화폐의 추가 연쇄 매도 우려도 크다. 국내 한 가상화폐거래소 관계자는 "FTX라는 단일 거래소의 문제가 가상화폐시장 전체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이번 사건은 전체 가상화폐 시스템의 취약성을 부각시켰다"며 "규모가 크고 재정적으로 견고한 업체도 조금이라도 문제의 기미가 보일 때 무너지는 불안정한 토대를 가지고 있다는 걸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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