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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라는 꿈" "정치 애송이"...수십조 원 적자 낸 한전 사외이사의 자기소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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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치라는 꿈" "정치 애송이"...수십조 원 적자 낸 한전 사외이사의 자기소개서

입력
2022.11.11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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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감사 ·사외이사도 업계 무관 인사 선임
전형적인 보은성 낙하산 인사 지적

최근 한국전력 비상임이사로 선임된 A씨 자기소개서 발췌.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최근 한국전력 비상임이사로 선임된 A씨 자기소개서 발췌.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올해 상반기에만 14조 원 넘는 적자를 내는 등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전력 비상임이사에 전력업계 관련 경험이 전혀 없는 인사가 앉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수력원자력 등에도 전문성이 부족한 사외이사가 선임되는 등 이른바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면서 공공기관을 혁신하겠다는 윤석열 정부 기조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한전 비상임이사 A(64)씨의 자기소개서에 따르면, A씨는 7월 지원 동기와 경력 및 업적 등을 A4용지 두 장 분량으로 적어 냈다.

해당 글에는 전력업계 이력은 단 한 줄도 없고, 마지막 줄에 '공직생활 경험과 나주시의원, 나주시의장, 국민의힘 조직위원장으로서 임무를 수행하며 익힌 의사소통능력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국전력공사의 비전인 Smart Energy Creator를 이루기 위해 중앙당과 정부의 협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만 적혀 있다.

나머지는 그의 전남도청과 나주시청 등에서 일한 공직 이력과 2007~2014년 나주시의회 의원·의장 경력, 그리고 지난해부터 올 5월까지 국민의힘 당직을 거친 얘기로 채워졌다.

특히, '공직생활 과정에서 배우고 스스로 수양하고 고뇌하며 정치라는 거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거나 '당시의 저는 정치의 애송이였다' 등 한전 이사직과는 아무 관련 없는 내용이 곳곳에 담겨 있다.

한전 운영방침 및 경영혁신 계획을 포함해 주요 사업계획, 추진 전략, 추진 일정 등을 기술해야 하는 '직무수행계획서'에는 한전 홈페이지에 올라온 내용을 그대로 베껴 옮겼을 뿐, 한전 이사로서 어떤 역할을 하겠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원서에도 '관련분야 논문'이나 '관련분야 국가발전 기여 업적' 부분은 비어 있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올해 적자 40조 원 전망까지 나오는 한전 이사로 전문성은커녕 관련 경력조차 없는 사람이 뽑혀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연혜·정용기 가스·난방공사 사장 내정자도 비전문가


최근 공공기관의 비상임이사나 감사 등 낙하산 보은 인사 논란이 인 건 한전만이 아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외이사직에 도전하면서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전력산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이) 운영 중인 숙박업소의 에어컨 필터 청소 등을 하고 있다"고 써내는 등 부족한 전문성을 드러낸 B씨는 자격 논란이 커지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 상임감사로 선임된 C씨는 올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자기소개서에 한 작가의 글을 표절해 적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C씨 역시 2002년부터 2년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지역구 사무국장을 지냈을 뿐, 원자력 발전이나 에너지업계와는 무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지역난방공사 신임 사장으로 각각 내정된 최연혜 전 의원과 정용기 전 의원 역시 에너지 등 해당 분야 관련성이 없다.

김정호 의원은 "전문가를 채용해도 모자랄 판에 보은성 낙하산 인사를 한 것은 한전의 경영 개선을 위해 앞장서야 할 정부가 정작 정치적 판단에 따른 인사로 한전의 경영 부담을 늘린 격"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대전환시대의 전력 산업에 대한 안일한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안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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